생각의 편린들

미세먼지, 우린 더욱 단호해져야 한다

새 날 2017. 4. 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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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원인이 됐든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원인이 됐든, 미세먼지와 관련한 사안은 이제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만큼 심각한 화두다. 심장 질환과 심부전증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가 우리의 폐로 흡입될 경우 폐의 말단인 폐포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게 되고, 혈액이 폐를 거치면서 염증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등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1


1952년 1만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스모그의 악몽이 최근 영국 전역을 다시 엄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영국왕립내과학회와 왕립보건소아과학회가 조사한 결과, 영국에서 오염된 공기에 노출돼 사망에 이른 사람이 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결코 엄살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런던시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기오염의 주범을 자동차 배기가스로 보고 디젤 자동차와 오래된 가솔린 차량에 추가 요금을 부과키로 한 것이다.


19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점점 독해지며 시시각각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는 미세먼지, 시민들의 이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어느 정도냐면, 하루가 멀다 하고 대기가 뿌옇게 변해버려 숨 쉬기조차 버거워지는 상황 앞에서 두 손을 놓은 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값비싼 공기청정기가 모두 동이 날 만큼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각종 미세먼지대책을 쏟아냈으나 시민 다수가 이를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한 결과는 자연스레 차기 정부의 수장을 뽑는 19대 대통령선거로의 관심과 초점을 집중시킨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확실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노라는 유권자들이 근래 부쩍 늘었다. 유력 대선 주자들 또한 더욱 심각해진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하여 어떤 방식으로 이를 내놓아야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거시적인 미세먼지대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상 속에서 그와 연계된, 미세먼지와 직접 접하며 이에 맞서야 하는 미시적인 대책은 영 허점투성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미세먼지농도 예보가 '나쁨'임에도 불구하고 실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 없이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의 정책이 행정의 말단, 아울러 민간 영역에까지 골고루 스며들지 못한 데다가, 시민들의 의식마저 여전히 느슨한 탓이다.


특히 미세먼지 대란 속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못한 채 근무해야 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사연을 다룬 한 언론 기사는 근래 심각해진 미세먼지 탓에 숨이 턱턱 막혀오듯 가슴 한켠을 짓누르며 압박해오는 소식인 데다가, 적어도 미세먼지 앞에서 우리가 지금보다는 훨씬 단호해져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수납원들의 호흡기가 고통스러울 만큼 혹사 당하는 상황인 데도 영업소에서는 고객들이 싫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마스크를 못 쓰게 한단다. 고속도로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톨게이트 수납 부스는 근무 환경이 그 자체만으로도 열악하기 짝이없다. 부스 내부에 에어커튼과 전기집진기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나 관련 기사에 따르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더구나 수납을 위해선 창문을 늘 열어놓고 근무해야 하는 처지이기에 현실은 전혀 딴판인 셈이다. 


ⓒ중앙일보


수납원들이 고통을 직접 호소하고 있고, 이러한 결과가 그들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미 잘 알고 있을 영업소가 서비스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은 지나치리만치 가혹하다. 일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고객 응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개인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을까? 수납원이 근무하는 공간은 다른 곳도 아닌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과 늘 함께해야 하는 곳이거늘, 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한다고 하여, 이를 굳이 싫다며 마다할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미세먼지와 맞닿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로 하여금 서비스 영역이라는 이유로 예방 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외 활동시 단순히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는 뻔하고 형식적인 방식만으로는 절대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전면적인 차량 2부제 실시와 발전소 가동 제한과 같은 실질적으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무언가가 절실한 상황에서 앞서 든 사례는 지나치게 안이한 결과로 다가오는 까닭에 가뜩이나 답답한 가슴이 꽉 막혀오는 느낌이다. 흡사 불투명한 미래처럼 대기는 바로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뿌옇고, 미세먼지는 갈수록 우리의 숨통을 조여온다. 오롯이 생명 연장을 위해 우리는 조금 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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