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봉하마을 태극기집회가 난 안쓰럽다

새 날 2017. 4. 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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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태극기로 대변되는 친박 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소식은 며칠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예고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처음 접할 당시만 해도 누군가의 장난이겠거니 하며 이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기껏해야 만우절 이벤트인 줄로만 알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만큼 저들의 집회 계획은 뜬금 없고 황당함 그 자체로 다가오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다. 저들은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바로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와 구속을 비판하고 석방을 촉구하였으며, "권양숙을 구속하라” “노건호를 구속하라”고 외쳐댔다.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경악스러운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지는 최근의 잇따른 결과물로 인해 지지자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이 극에 달해있으리란 사실은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 선고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뒤 드러난 지지자들의 눈살 찌푸리는 각종 무리한 행태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 주말 광장에 모인 태극기 집회 참가자의 수가 500만 명을 헤아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이는 집회 주최 측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상식을 크게 벗어난 이러한 방식의 주의 주장은 저들이 진작부터 이성을 완전히 잃고 있음을 입증하는 가늠자 가운데 하나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도무지 예단할 수 없는 저들의 넋나간 돌출행동이 결국 상식과 기본을 완전히 벗어난 오늘날의 사단을 빚고 만 셈이 된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고, 사전에 신고를 마친 합법적인 집회는 누구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로 대변되는 저들의 집회는 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주의 주장이라고 해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당 지키고 따라야 할 에티켓 내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기본기 따위는 어디에서든 통용된다. 봉하마을에서의 태극기 집회는, 3년 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이던 농성장으로 일베 회원 등이 찾아와 바로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던 파렴치한 행위와 완전히 닮은 꼴이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상식과 도리마저도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모종의 이득에 취해 고스란히 내차버린 결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이의 무효를 주장하고, 구속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 내지 가치관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성지라 불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개최하는 건, 흡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누군가처럼 반대 진영을 향해 방해하고 싶고 어깃장을 놓고 싶어하는 저들의 뒤틀린 심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결과물에 다름아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치명적인 흠집을 내고, 이번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치밀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압박하려는 숨은 의도도 내포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들의 상식을 벗어난 작금의 행동은 일종의 조급증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다. 봉하마을 집회 현장에서 60대 집회 참가자가 한 여고생의 뺨을 때려 입건된 사례를 놓고 볼 때 그러한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물론 추호도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 저들의 주의 주장이 옳다손쳐도 이쯤되면 수단과 방법이 잘못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비단 이번 집회뿐 아니라 그동안 광장 등에서 개최된 각종 집회 현장에서 폭력 행위 등 온갖 물의를 빚어온 저들이 아닌가. 이는 자신의 진영과 정반대에 위치한 성지에 와서 몹쓸 훼방을 놓고 어깃장을 놓는 거친 몸부림과 궤를 함께한다. 이렇듯 무리수가 커진다는 건 결국 점증하는 저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이 그에 비례한다는 의미가 아니면 과연 무엇이겠는가.


때문에 난 저들의 태극기 집회가 한없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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