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작가의 망언, 끔찍하다

새 날 2017. 4. 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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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는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쾌활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어느날 타임리프를 경험하게 된 마코토는 이를 이용, 친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인생의 참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각하는데...


반 세기 전인 1967년 일본의 '쓰쓰이 야스타카'가 쓴 SF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내용이다. 해당 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상영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소설과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각색을 거쳐 실사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한국어판 소설은 2007년에 정식 출간되었으며, 애니메이션은 2007년, 2014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모두 세 차례나 개봉된 바 있다.


ⓒ네이버영화


그런데 최근 '쓰쓰이 야스타카'의 망언이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자국인 일본에서조차 물의를 빚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지난 6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하여 자신의 트위터에 글 하나를 남겨놓았는데, 순수하고 감성적인 작품의 대명사격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가 직접 작성한 글이라고 여겨지기엔 차마 믿기 어려울 만큼 민망하고 저속한 수준이었다. 가뜩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한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오물을 남긴 셈이다.


ⓒ연합뉴스


우리 식으로 셈하면 그의 나이 올해로 84세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단맛 쓴맛 모두를 맛보았을 법한 그 나이에 이게 무슨 망동인가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롭고 현명해진다는 가설이 적어도 그에게는 맞지 않는 걸까? 독자와 관객들은 그동안 그의 작품을 통해 순수한 감성과 깊은 여운을 느끼며 각자의 소중한 꿈을 간직해 왔을 법하다. 그러나 그의 망언으로 인해 앞서의 이미지들은 하루아침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불순하기 짝이없는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작가의 손길이 직간접적으로 닿은 콘텐츠를 판매하는 회사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망언이 알려지자마자 그가 쓴 책들은 국내 서점가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지난해에 출간한 '모나드의 영역'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또 다른 출판사 역시 그의 소설 일체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전국 서점에 배포된 책 모두를 회수하겠노라고 발표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작품 일체가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그가 내놓은 해명은 되레 황당하기 짝이없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쓰쓰이 야스타카가 이번 트위터 글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고 한다. 


"이번 트위터 글은 댓글 폭주를 노린 것으로, 농담이다" "이번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트위터 글은 그런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한 것이다" "댓글을 노린 장난이었다"



우리나라는 불과 수십년 전에 이웃나라 일본에 의해 일제 강점기라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어야 했다. 더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때문에 우리가 이를 헤아린다는 건 어쩌면 주제 넘는 행동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조차 없다. 오히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와의 일방적인 위안부 협상 타결을 불가역적인 협상이었노라 주장하며 단돈 10억 엔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 모두를 우롱하고 나섰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예술 조형물이자 상징물에 해당한다.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소녀상을 향해 다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고 더러운 망언을 뱉어놓고 고작 한다는 해명이 농담이라니, 이는 끔찍하다 못해 경악스럽기 짝이없다. 비단 소녀상이 아니더라도 그의 망동은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는 기본 통념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나이와 국적 그리고 성별을 떠나 인간의 도리를 완전히 벗어난 행위이다. 아울러 장난에 불과하다는 그의 변명은 어느덧 우리 내부에 잠재돼 있던 분노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처음에 내뱉은 망언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면 후속으로 내놓은 그의 해명은 앞선 망언보다 더욱 끔찍하다. 자신의 망언에 대해 고개를 꼿꼿하게 세운 채 말도 안 되는 해명만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 구속되고 국정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있는 상황이라 일본의 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잦다. 쓰쓰이 야스타카의 망언은 그의 연장선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에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 지도자를 하루빨리 탄생시켜 마치 자신이 쓴 소설처럼 시간을 역주행하고 있는 쓰쓰이 야스타카 및 일본의 폭주를 영원히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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