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 사회에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이유

새 날 2017. 3. 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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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년이 시작됐다. 이맘때쯤이면 일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가정환경조사가 이뤄진다. 그런데 일부 학교가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심지어 주거 형태가 전세인지 월세인지 따위에 대해 시시콜콜 묻는 등 구태의연한 조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단위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가정환경조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단다. 


우리 사회가 21세기를 관통하고 있는 게 정말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은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초입 단계가 되어야 할 작금의 교육 과정에서부터 이러한 행태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미치게 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가정환경조사란 학생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하여 각 학생의 가정에 대해 실시하는 것으로, 학생 개개인의 사례 지도나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단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 지도와 관련하여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는 의미이다. 다만, 조사 항목은 시대 조류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어릴적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소유 여부 등 한 가정의 경제력과 같은 내밀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체크해야 했던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아들고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밥그릇과 숟가락 숫자까지 일일이 표시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매우 다양한 항목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는 과도한 방식이다. 학생 지도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요소인 데다가, 자칫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함과 동시에 그로 인한 차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여지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래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개인정보수집을 방지하고, 가정환경조사의 교육적 취지만 살리자는 차원에서 부모 이름과 비상 연락처 등 가장 기본적인 항목만 질문하도록 일선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권고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부모의 직업과 소득, 학력 등을 캐묻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종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행 탓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해당 양식을 새롭게 만들기보다 그냥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은 통일된 양식을 보급하기보다 담임교사가 각기 기존의 것을 활용하다 보니 벌어지는 촌극이기도 하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있다기보다 관성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물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교육 주체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피해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눈치이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 헤아릴 줄 아는 배려가 사실상 부족하다. 아울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 평가하거나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교사는 적어도 자신이 맡은 학생에 대해서만큼은 선입견과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노라 말하고 싶을 테다. 실제로 그러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이한 방식으로 해당 조사가 이뤄질 경우 서두에서 언급한 항목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에 갇히게 될 공산이 크다. 


편견이 차별로 이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시간 문제다. 편견적인 시각과 그로 인한 차별 속에서 성장해온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쉽게 상처를 받거나 입힐 개연성이 크고,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 역시 그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기 마련이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겪게 되는 각종 편견과 차별 앞에서, 이를테면 장애인, 피부색,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신분적 차이, 성별, 국적 등, 올바름이 과연 무언지조차 모른 채 점차 무뎌져간다. 


우리 사회에 각종 편견과 차별이 만연해 있는 또 다른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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