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12 재보선 결과로 예측해본 대선 판도

새 날 2017. 4.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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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재보궐선거의 윤곽이 드러났다. 대선이라는 큰 이슈에 가려져 워낙 조용히 치러지긴 했으나,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5.9 대선 판도를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서는 여전히 철옹성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구속되고, 새누리당은 두 개의 정당으로 갈라져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으나, 지역 유권자들은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 출신 인물을 6곳 모두에서 당선시켜준 것이다. 


반면, 경남 민심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모두 10곳 중 5곳에서 당선됐다. 자유한국당은 8명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2명의 당선에 그쳤고, 바른정당은 군의원 단 한 명만 당선되어 간신히 체면 치레하는 데 그쳤다. 여당의 텃밭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둔 셈이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호남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에서는 3대1로 국민의당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자연스레 대선 판도로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현재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우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과연 민심이 차기 대선을 통해 어떠한 역학 구도를 그려내게 될지 자못 기대되는 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재인 후보는 '맑음', 안철수 후보는 '흐림'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근래 보수 유권자를 향한 러브콜 덕분에 지지율을 상당 부분 끌어올렸다. 양자구도는 물론, 한때 다자구도마저도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지지율 1위로 올라섰던 그다. 이의 여세를 몰아 연일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매몰차게 그를 몰아세우고 있는 안철수 후보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안철수 후보에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선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우선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있어 그 판도의 변화가 가장 느리다고 볼 수 있는 지역 정서 측면에서 안 후보는 취약하기 짝이없다.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지고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유한국당이 경북 지역에서 싹쓸이했다는 사실은 대선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경남 지역에서라도 선전을 기대했어야 하는데, 이곳은 공교롭게도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일말의 기대감마저 물거품이 되게 하고 있다.



결국 안 후보가 기댈 곳이라곤 호남지역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행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3대1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하지만 호남 지역 민심 역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양측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호각지세다. 아무리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안 후보라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같은 호남을 기반으로 탄생하였으나 그 자리를 국민의당에 넘겨준 뒤 영남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전국 정당으로서 전혀 손색 없는 선전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활약 역시 안철수 그에겐 악재다.


물론 대선은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의회선거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사안이기에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요인들과 더불어 최근 안철수 후보가 선보인 몇몇 무리수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는 격한 감정을 표출하여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과거가 됐든 현재가 됐든 안철수 후보를 향해 악감정을 드러낸 바 전혀 없던 문재인 후보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지점이다.


4월 1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던 '2017 한국포럼'에 나란히 참석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네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됐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태도는 짐짓 눈에 거슬린다. 웃음기라곤 전혀 없이 마치 못 볼 꼴을 보기라도 한 양 굳은 표정에다가 상대방은 서서 악수를 건네고 있으나 자신은 그냥 앉은 채 손을 내밀고 있는 태도는 누가 봐도 못마땅하게 비쳤을 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 사례와도 비견된다.


ⓒ뉴시스


지난 2013년 제58회 현충일 추념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궁지로 몰아세웠던 이정희 전 의원과 마주하는 상황에서 곱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비록 속으로는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므로써 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인 바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가 2012년 대선 당시 느꼈을 감정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아무리 자신의 감정이 상했더라도 적어도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이나 행동으로부터는 그러한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이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될 인물이라면 이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 아닐까?


아무튼 이번 대선 레이스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4.12 재보궐선거 결과의 구도로 보나 지역 정서적인 측면으로 보나, 아울러 진보 보수 진영으로 절묘하게 나뉜 구도로 보나, 대선이 누군가의 바람처럼 양자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됐다. 그렇다면 4.12 재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미리 예측해보는 이번 대선 판도가 크게 어긋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러한 추세라면 각 후보의 인물 됨됨이와 품행 또한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양자 구도도 그렇고, 지역 정서도 그렇고, 왠지 안철수 후보가 공공연하게 주장해오던 상황들과는 크게 엇박자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결과는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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