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특성화고 취업률 고공행진, 그 씁쓸한 이면

새 날 2017. 3. 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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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취업률이 7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직업계고 취업률에 따르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47.2%에 달한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2009년 16.7%로 최저점을 찍은 이래 7년 연속 상승했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직업계고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2009년 73.5% 이후 7년 연속 하락, 2016년에는 34.2%까지 떨어졌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대학취업률과 달리 진학자까지 포함하여 산출한다. 대학 취업률 방식으로 산출할 경우 직업계고 취업률은 72%까지 치솟는다. 이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 67%보다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고교를 졸업하고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먼저 취업하고 필요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선취업 후진학 경향이 뚜렷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고졸 취업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결과물이다. 


ⓒ뉴스1


그러나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이면은 조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역대 최고를 달성했노라는 홍보와는 달리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되레 하락하면서 고용 수준이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고용보험과 같은 취업자의 사회보험 가입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취업률은 비록 낮았으나 취업자 10명 중 8명이 안정된 일자리에 고용됐던 바다. 반면 2015년의 경우 취업자 숫자는 3배가량 크게 증가하였으나 고용보험이 보장된 일자리 취업 비율은 반대로 급락했다. 


ⓒ뉴스1


일선 직업계고교의 취업률은 관련 사업비를 따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학교 간 살벌한 실적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건 다름아닌 이러한 연유 탓이다. 비단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숫자놀음에 빠져 본질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그동안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고졸 취업률을 높이는 일은 학벌과 스펙 위주의 사회를 진정한 실력 위주의 사회로 바꾸게 하는 일종의 견인차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사안이다. 


교육부도 이러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 듯 관련 대책을 쏟아내놓고 있다. 며칠 전 정부가 발표한, 일반계고 졸업자 직업교육 대상자를 지난해 6000명에서 올해 1만4000명으로 2배 이상 늘리는 ‘일반계고 비진학자 취업지원 서비스 강화방안’ 역시 그의 일환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취업률을 높이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두에서 살펴 봤듯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분명히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그에 반해 고용의 질적 수준은 뒷걸음질치고 있으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노동 조건 역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모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교 3학년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그의 연장선이라 할 만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이 학생이 소속된 곳은 고객들의 상품 해지를 막는 이른바 상품해지방어부서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3년 전에도 자살자가 발생했던 회사다. 노련한 상담원조차 힘들고 위험하게 와닿는 업무인 데다가 전공과도 일치하지 않는 직무임에도 회사는 아직 10대 학생 신분에 불과한 그녀를 투입시켰다. 그렇다면 취업률 고공 상승이라는 자화자찬이 애초 이러한 비극을 잉태한 게 아닐까?


직업계고 학생들은 3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하나둘씩 공장과 회사로 들어가 비정규직 내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오늘날 현장실습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은 높은 취업률로 반영, 어이없게도 우리 사회가 점차 변모하고 있노라는 아주 그럴듯한 홍보물로 소비된다. 그러는 사이 학생과 노동자라는 모호한 신분 사이에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실습생들은 오늘도 고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취업률에만 관심을 기울여선 안 되며, 어린 학생들의 비극을 방치해서도 안 되는 절실한 이유이다. 이참에 현장실습생 제도를 세밀하게 점검,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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