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대호를 비난한 기자, 그가 정치적인 이유

새 날 2017. 3.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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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BC에 출전한 한국은 초반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1라운드 탈락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것이다. 이는 야구계의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이기에 더더욱 뼈아픈 결과다. 야구의 저변 확대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아쉬움은 물론이거니와 여러모로 우려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WBC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를 비난한, MBC 소속 모 기자의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대호 선수는 WBC 출전 당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새긴 글러브를 끼고 훈련에 참가한 바 있다. 기자가 이를 향해 태클을 걸었다. 정치적인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헤럴드경제


해당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이 지난 지금 노란 리본은 추모의 의미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의미와 현 정부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가 강하다. 정치적 행위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스포츠 현장에서 정치적 표현은 바람직한가”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물론 기자가 지적하고 나선 것처럼 스포츠 현장에서의 정치적 표현은 결코 바람직스런 행위가 아니다. 근래 국제스포츠기구들이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그러한 연유 탓이다. 다만, 이대호 선수의 행위가 기자의 지적처럼 실제로 정치적인 범주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헤럴드경제


차디찬 물 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 내부에는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존재한다. 세월호가 인양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그를 둘러싼 진실 역시 제대로 끌어올려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세월호와 관련하여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절망은 오롯이 유가족들의 몫이 돼버렸다. 이대호 선수의 행위는 모르긴 해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드러내고 모두가 이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참사가 빚어진 지 햇수로는 3년, 날짜로는 벌써 1000일을 훌쩍 넘겼으나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판국에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추모하고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렸을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 안전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새겨넣은 노란 리본이 어찌하여 정치적이라는 것일까? 



세월호를 절대로 잊지 말자며 묵묵히 추모 의사를 표현하던 이대호 선수보다는 되레 해당 기자가 내겐 더욱 정치적으로 다가온다.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굳이 특정 정치세력으로 몰아세우려는 듯한 매우 불순한(?) 의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극도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되던 지난 10일, 언론사들은 다양한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대부분 갈등과 분열을 넘어 사회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기사도 간간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경제'의 '"돈 한 푼 안 받았다는데... 불쌍한 박근혜" 비통한 대구 경북'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는다. 


대통령 탄핵 인용과 관련하여 대구 경북 등 영남지역 및 호남지역의 상반된 반응을 스케치하면서 교묘하게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MBC 기자의 이대호 선수를 향한 정치적 운운 또한 그 내용은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이고 기자에게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할 책무가 존재한다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마땅히 통합과 소통을 이야기해야 한다.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특정 정치세력의 이미지로 덧씌워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불거진 갈등의 씨앗을 더욱 부추기며 이를 확산시키려 하고, 심지어 탄핵 인용마저 지역 갈등과 연결지으면서 이를 통해 모종의 이득을 꾀하려는 시도는 언론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걷어차버린 꼴과 진배없다. 이대호를 비난하고 나선 기자가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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