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이모티콘 진화의 끝은 어디쯤일까?

새 날 2016. 9. 9. 12:45
반응형

이모티콘은 단순한 기호로써의 역할을 하거나 더 나아가 감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과 강조의 쓰임새로도 활용된다. 근래에는 모바일 메신저 상에서 감정을 전달할 때 흔히 사용된다. 텍스트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거나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순간, 대화 상대에게 추임새를 넣고 자신의 감정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 보낼 수 있는 최적의 도구가 다름아닌 이모티콘이다. 이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풍부하게 하며,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게 해 준다. 아울러 이모티콘 하나로 상대방과의 두터웠던 벽을 허무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시간을 버는 용도로도 이 만한 도구가 없다.


근래 이 이모티콘이 여러 갈래로 진화 중이다.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모티콘이 최근 다양한 캐릭터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이를 둘러싼 수익 기반 또한 탄탄해지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의 '라인프렌즈'가 그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참신하고 기발한 이모티콘 및 관련 캐릭터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모티콘 매출만 1천억 원에 이르며, 관련 상품까지 더할 경우 3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SNS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모티콘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을 전달하던 단순 매개를 벗어나 어느덧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까지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이렇듯 이모티콘의 쓰임새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재미나 흥미 유발을 넘어 사회에 만연한 편견을 깨려는 시도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다름아닌 구글이다. 앞서 작성한 포스팅(구글은 왜 이모티콘을 바꾸었나)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에 사용되던 이모티콘을 바꿔 새로운 형태를 선보인 구글은, 특정 직업인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전유물인 양 표현되던 관행과 특정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맥 OS인 iOS와 시에라에도 미묘한 변화가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 이모티콘은 피부가 백색뿐이었으며, 대부분의 직업 이모티콘은 과거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남성 아바타밖에 없었다. 애플은 이러한 이모티콘을 최신 유니코드 세트로 업데이트하며 5가지의 피부색을 적용시켰다. 단순했던 가족 유형도 10개의 추가 가족을 포함시켜, 엄마나 아빠만 있는 한부모 가족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남성 일색이거나 표면적으로 성별이 없던 스포츠와 직업 카테고리에도 성별을 추가, 보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양성평등과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렇듯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모티콘을 이용, 관성을 타파하고 편견을 깨려는 시도는 상당히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이모티콘의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하여 기부하는 상품도 선을 보였다. 이모티콘과 그의 부산물인 캐릭터 상품의 판매를 통한 상업적인 이익에만 그치는 게 아닌, 그로부터 거둬들인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약자에게 환원하는 긍정적인 방식이다. 카카오가 '기브티콘'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구경선 작가의 ‘베니’ 이모티콘을 소비자가 구매할 경우, 구매금액의 일부가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비로 쓰이는 방식이다. 기부 내역은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인 '같이가치 with kakao'에서 확인 가능하다.


1990년대 말 처음 등장한 이모티콘, 바야흐로 모바일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비단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으로의 진화 때문만은 아니다. '^^', ‘ㅠㅠ’ 처럼 단순한 텍스트 기호의 조합으로 출발한 이모티콘이, 어느 순간 이미지 형태로 그 옷을 갈아 입더니, 이제는 그 단순하던 기호 및 그림을 통해 양성평등과 다양성 등을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로부터 한 발 더 나간 이모티콘은 이용자들의 아주 자연스러운 기부를 이끌어내며 사회 공헌에도 이바지하려 하고 있다. 이모티콘 진화의 끝은 과연 어디쯤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