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의 위기에 처한 누리과정 등 교육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작심한 듯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빌려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삼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들 세력을 강한 어조로 몰아붙였다.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이와 관련한 기사 하나가 '단독'이라는 꼭지를 달고 보도됐다. 마치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누리과정 0원' 서울시의회, 지역선심 예산 575억 증액"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언론사는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모두가 짐작할 만한 바로 그 곳 중 하나다. 때문에 이런 시답잖은 기사에 별도로 대응한다는 건 사실상 시간 낭비다. 정부 기관지를 자처한 채 오로지 정부 입장만 앵무새처럼 읊고 있는 언론 같지도 않은 매체의 행태에 대해 일일이 논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자꾸만 이상한 논거를 들이대며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로 읽히는 탓에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당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한 서울시의회가 지역구 관리를 위한 선심성 사업에는 예산을 대폭 증액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결국 서울시교육청에 충분한 재정적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언급하고 나선 것처럼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채 오로지 정치적인 공격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는 게 되는 셈 아닌가. 이 기사 내용만 보면 교육청은 천하의 몹쓸 집단이 돼버리고 만다.
그런데 의아한 사실 하나가 있다. 작금의 보육대란의 위기는 애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재정이 열악한 이유로 이를 지원해 줄 수 없다며 해당 예산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으로부터 비롯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올해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일부 의원들의 쪽지예산이나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구 사업의 선심성 예산을 무더기로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이 어렵다더니 정작 불요불급한 예산을 잔뜩 늘린 셈이다. 이는 누리예산 따위는 애초 안중에도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금의 보육대란 사태의 원죄는 누구에게 있는 걸까? 서울시의회가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대폭 증액한 건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잘못된 행태임이 분명히 맞다. 그러나 그에 앞서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드러난 쪽지예산과 선심성 예산은 서울시의회의 규모에 비할 바 아닐 테다. 때문에 애초 공약을 파기하고 나선 정부 그리고 여력이 있음에도 나 몰라라 내팽개쳐온 정치권에 원죄를 물어야 함이 온당하다. 결국 이 기사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객관성 및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다름아닌 이와 같은 이유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5살 이하 어린이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노라며 누리과정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끝에 당선되었으며, 보육 사업에 대해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낳기만 하라고 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안을 지방정부로 떠넘겨 버렸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를 볼 때 재정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 누리과정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노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해당 언론사가 평소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에 대해 쓴소리를 해 오고, 오롯이 국민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면, 이번 기사가 그나마 설득력을 갖췄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심성이나 쪽지 예산 따위를 남발할 정도로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내팽개쳐온 행태에 대한 지적을 해 왔더라면 객관성을 일정 부분 담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해당 기사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에게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언가. 새누리당 등 정치권 및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행태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조차 않다가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동시에 이러한 기사를 내보내는 게 과연 언론사의 태도로써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여론을 무시하고 오로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그렇게도 대변하고 싶은가?
ⓒ노컷뉴스
그렇다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65.2%, 시도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23.5%로,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집권여당은 여전히 귀를 막은 채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하여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언론마저 한통속이 돼버렸다. 그 사이 아이들과 부모들은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몰라해하고 있다.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정부가 애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을 지키지 않은 채 시도 교육청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치적 공격 수단이라며 윽박지르는 행태를 과연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번 정부 들어서며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일이 워낙 많은 터라 둔감해지기라도 한 걸까? 150만명에 이르는 보육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을 고통과 아픔을 나몰라라한 채 스스로 약속을 저버린 사실에 대해 정치적인 왜곡과 음모로 몰아붙이는 일이 과연 온당한가? 저출산이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임을 알면서도 이렇듯 무책임한 행태를 일삼는 게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정작 아이들을 볼모로 삼은 건 정부 아니었나? 아이를 둔 유권자들은 하루 빨리 선거일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결과를 빚게 만든 정치인들에게 철퇴를 가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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