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가 올바른 한 표 행사를 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6. 1. 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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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이 출산율이 높은 지방자치단체에 일종의 인센티브라 할 수 있는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단다. 출산율이 높은 지자체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중앙 부처별 공모사업자를 선정할 때 출산율을 평가항목에 넣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새누리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앞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범국가적인 캠페인 표어를 마련할 계획이란다. 이런 소식을 듣고 있자니 참 그럴 듯한 얘기인 것도 같고, 정부와 집권 여당이 정말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여러 문제들을 파생시킨다. 그 중에서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이기에 자칫 미래 성장 동력의 맥이 완전히 끊길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올해 정점을 찍는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터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컷뉴스

 

지난 달 제3차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며 온갖 제도적 금전적 혜택을 총 망라한 정부다. 이번 대책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무려 197조 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겨가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극히 올바른 표현이다. 작금의 청춘 세대는 스스로를 '흙수저'로,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스스럼 없이 비하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도 어렵지만 그보다는 미래가 불투명한 탓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으로부터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5살 이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끝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보육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에 대해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낳기만 하라 했다. 보육 문제는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가 현실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에 속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자신의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반복해 오고 있다. 



보육대란의 위기에 몰린 각 시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보육 문제를 이렇듯 불통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오면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진다'는 발언이 입에서 쉽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그로데스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이 내걸은 공약조차 지키지도 않으면서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붓는 등 무슨 백화점식 대책을 한없이 늘어놓은 채 사탕발림 같은 발언만을 일삼고 있는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가산점 따위는 무슨 소용이며, 범국가적인 캠페인 표어는 또 다 무언가.

 

그렇다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과연 누가 빚게 한 걸까? 결국 진실하지 못한 정치인에게 한 표를 행사하거나 정치는 자신과 무관하다며 스스로의 권리를 내팽개치고 이를 수수방관한 우리 스스로의 판단 미스 탓 아닐까? 진실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있어선 생명과도 같다. 우린 우선 공약 이행 여부만으로도 해당 정치인이 얼마나 진실된 사람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별 가능하다. 진실을 바라보지 못한 채 그저 표피만을 들추고 그럴 듯한 공약에 현혹된 대중들은 자신의 한 표 내지 권리를 포기한 대가가 스스로의 삶을 피곤하게 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진실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대중들로 하여금 정치에 신물이 느껴지도록 만들어 갖은 혐오감을 부추긴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한동안 유지 가능할 테니 말이다.

 

ⓒ연합뉴스

 

우린 대선과 총선 시기만 돌아오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올 작은 이득만을 생각하며 쉽게 한 표 행사를 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러한 무관심이 오늘날의 결과를 빚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 표 행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보육대란 위기처럼 극적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또 있을까? 자신이 행사한 한 표가, 혹은 무관심이, 결국 스스로의 삶을 옥죄어 올 수도 있다는 정치적 메카니즘이 이번 보육대란을 통해 극적으로 발현되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애를 낳으라며 등을 마구 떠밀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더 웃긴 건 행동은 이렇듯 불통으로 일관하면서도 또 다시 예의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제도와 정책 등을 내놓은 채, 자지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범국가적인 표어를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겠노라며 떠벌리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가 어려운가?

 

하지만 저들의 무리수 덕분에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행동을 보여야 할지 보다 분명해진 것만큼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지극히 사적인 이익에 매몰된 한 표 행사 등이 결국 자충수가 되어 우리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는 300명에 이르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민의 대표를 뽑아야 하는 중요한 한 해다. 부디 정치가 썩었다고 하여 외면하는 일 없이 진실된 사람에게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기 바란다. 이는 결국 자신과 자신의 후대를 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내년에는 앞서 언급한 국민의 대표 300명보다 더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단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올바른 한 표 행사를 해야 하는 더없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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