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반고 내 우열반 운영, 학교 탓? 제도를 탓하라

새 날 2013. 4. 12. 10:14
반응형

 

MB정권의 본격적인 고교 다양화 정책 시행 이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일반고 슬럼화"현상, 현실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우수 학생들 대부분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빠져나간 뒤 나머지 학생들을 데리고 안간힘을 써보는 일반고이지만 왠지 힘에 부쳐 보입니다.  일반인들의 일반고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미묘하지만 시류에 맞게 변화해 가는 모습 감지해낼 수 있습니다.  일반고에 다니는 아이들을 마치 못 살고 공부 못 해 들어가는 떨거지 쯤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열반 운영은 고육지책

 

일반고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당면 과제, 역시 대입 성적일 것입니다.  2010년 도입된 고교선택제는 아이들이 서울 시내 모든 학교를 지망할 수 있게 하여 일반고 간 경쟁,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일반고에서는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에서 낙방한 우수한(?) 아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일명 이삭줍기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학교 평판이란 게 결국 대입 성적에 의해 좌우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수한 아이들을 별도로 모아 특수 학급을 꾸려 대입 성적을 극대화해 보려는 일반고의 은밀한 욕망,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런 현상일 듯합니다.  어차피 수업시간이면 80% 이상의 아이들이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청하고 전체적인 수업 분위기를 해치기 일쑤인데, 학교 입장에서 볼 땐 될 만 한 녀석들만을 별도로 추려 따로 학급을 꾸려나가려는 시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의 우열반 운영이 합법적인 형태의 것이 아니고, 성적 매기는 일도 불편부당, 아울러 교사 배치조차도 달리하여 우등한 아이들과 열등한 아이들을 차별화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 문제가 있는 정책입니다.

 

  제도로부터 비롯된 편법

 

하지만 편법 운영이라며 손가락질 받는 일반고에게 돌을 던질 순 없습니다.  차라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게 돌을 던져야 맞다고 봅니다.  고사 직전에 몰린 일반고의 입장에선 현재의 편법 운영 형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 쯤으로 봐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의 근원은 돌고 돌아 현재의 고교 서열화 정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고교들의 본격 서열화 줄서기 진행 중 일부 부작용이 발현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특목고와 일부 자사고의 두드러진 약진이 일반고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고, 일반인들의 일반고에 대한 인식마저도 좋지 않은 쪽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고교 형태 중 일반고가 절대 다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일반고의 슬럼화와 몰락이 주는 충격은 마치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중산층 몰락이라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듯하여 더욱 가슴 아프게 와 닿습니다.

 

일반고의 편법 운영, 분명 잘못된 일이고 되짚어 봐야 할 일이지만, 그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야 했는지 교육 위정자들, 올바른 원인 분석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도 일반고에 대한 위기 의식을 이미 감지, 현 고교체계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수시로 내놓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봉책에 불과한 지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습니다. 

 

한 가지 희망 섞인 부분은 그나마 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MB정권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누구보다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며, 아울러 교육부에서도 5월까지 일반고 육성대책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고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서열화되어 뒤틀려진 현 고교체계를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관련   '우수반으로…' 두쪽 난 일반고 교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