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진화하는 집단 따돌림에 아이들이 멍들어 가요

새 날 2013. 4. 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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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 행위뿐 아니라 최근엔 직장 내에서의 따돌림 현상마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몇 차례 벌어졌던 살인 사건의 동기가 이른바 "직따"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직따"문제, 생각보다 심각한 듯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얼마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13% 정도가 직장 내에서 “직따"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한 취업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또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의 45% 정도가 직장내 따돌림이 실제 존재한다 여기고 있었으며, 60% 정도는 직따로 인해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응답한 것입니다.

  진화하는 집단 따돌림, 온라인 공간마저도 "왕따"

이렇듯 학교나 직장 내에서 전방위적으로 행해지는 왕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스스로의 인내 임계치를 벗어날 때 각종 사회 문제로 비약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의 왕따 만큼이나 최근엔 온라인 상에서의 왕따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집단 따돌림의 형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 칭해지는 사이버 따돌림은 인터넷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SMS,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 안티카페, SNS 등의 도구를 이용, 욕설과 악성댓글, 허위사실, 신상정보 등을 노출시켜 특정인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온라인 상에 올라온 욕설과 비방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수단을 통해 순식간에 퍼나르기가 이뤄지고 24시간 이용 가능하기에 짧은 시간 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때문에 얼굴을 마주한 직접 대면보다 오히려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대면이 아이들에겐 더욱 잦으며, 오히려 편해 보이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럿 모여 있을 때조차 대화보다는 각자 스마트폰을 통해 무언가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이 오히려 흔한 광경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이 멍들어가요. 사회적 관심 필요한 시점

이렇듯 모바일 기기를 통한 온라인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부작용이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함께 떼를 이뤄 온라인 상에서 재미삼아 놀리거나 괴롭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로 인해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폭력이 아닌,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일부 선진국에선 이미 사이버불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이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49개 주가 관련 법안을 가지고 있으며, 14개 주는 따돌림 관련 법안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정부 또한 인터넷 상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사이버불링 행위에 대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애초 학교폭력예방법엔 사이버불링 행위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미약하였으나 개정된 법에선 사이버불링을 학교폭력 범주 안에 명확하게 규정지어 집어 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일이란 게 워낙 은밀하게 행해지고, 또 순식간에 24시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라 법과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누구도 모른 채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고통을 혼자 삭일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미 성숙한 어른들도 집단 따돌림에 괴로워하며 병들고 심지어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아직 덜 여문 우리 아이들, 오죽할까 싶군요.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에 상처 받고, 온라인 상에선 은밀히 이뤄지는 사이버불링에 우리 아이들이 멍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있어 온오프라인 어디에서건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선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그리고 게임,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현상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의 사이버불링에 상처 받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어,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안은 셈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사이버불링을 일상화된 온라인 생활의 역기능으로 인식, 모든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환기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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