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해커 집단에 휘둘리며 남남갈등 키운 대한민국

새 날 2013. 4. 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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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북한과의 전쟁 때문이 아닌, 자칫 남한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먼저 나라가 절단나게 되는 건 아닐까 하여 우려스러울 지경입니다.

북한이 온몸으로 핵을 끌어안은 채 위협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여 가며 미국과 우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어 가뜩이나 대한민국 전체가 전쟁이란 악령에 사로잡힌 상황, 때마침 들려 온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해킹 소식과 그의 결과물인 회원정보 공개 사건이 맞물리며 잠재되어 있던 남남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그 위력을 떨쳐가고 있는 중입니다.

  철없는 마녀사냥

어나니머스의 회원정보 명단 공개가 이뤄지자마자 일부 철없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서 벌인 마녀사냥식 행동은 그야 말로 가관이었습니다.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 등의 사이트엔 '종북'과 '빨갱이' 심지어 '간첩'이란 무시무시한 용어까지 등장하며 모두 색출해내어 처벌시키자는 요지의 글들로 도배되다시피 하였으며, 일부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꽤나 과격한 의견들도 다수 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일부 공명심(?)에 불타는 극우 성향의 세력들이 공개된 명단을 기반으로 직접 신상털기에 나서,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서로 경쟁하듯 이를 공개하며 인신공격에 직접 뛰어들기도 하였습니다.

어나니머스는 자신들 때문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우리민족끼리"사이트의 해킹 목적이 "종북집단 색출이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 밝히며,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공개 이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 행위와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우왕좌왕 휘둘리는 수사

철없는 일부 네티즌들이 보여준 행위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행태 모두 집단 광기에 다름 아닌 바로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문제는 공안 당국에서조차 이들과 궤를 같이하여 부화뇌동 행동하였다는 점입니다. 일개 해커집단에 불과한 어나니머스의 불법행위를 통해 취득한 부정확한 정보를 공식 자료인 양 국가 정보기관이 신중한 검토 없이 섣불리 수사에 착수한 것입니다. 어나니머스의 불법행위에 동조하였다는 점과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식 행위에 휘듈려 함께 행동한, 세련되지 못 했던 부분에선, 대공 수사의 허점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공안 당국의 수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진 것인지는 이후의 행동들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해당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하기만 한 공안 당국에게 있어 아무리 공개된 회원정보라 할 지라도 이들에 대한 수사,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얼마후 알려진 경찰의 수사 방식, 네티즌들을 어이없게 합니다. 무려 구글링 방식을 이용한 수사라 하더군요. 일부 네티즌들이 행한 신상털기와 같은 방식인 것입니다.

곧이어 수사 자체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해 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 아니던가요? 실명 확인 없이 가입 가능한 사이트에서 뽑아낸 개인정보의 정확성이 얼마나 있겠으며, 서버를 통한 흔적 조사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이들을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때문에 현재로선 일단 수사하는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발뺌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정상적인 수사가 가능한 지조차에도 의문부호를 붙여야 할 상황인 듯합니다.


  사회 건전성 해치는 이념논란

이번 어나니머스발 사건 결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게 될 사람이 더 많을지, 아니면 허위비방과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어 처벌받게 될 사람이 더 많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만,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많을 것 같은 느낌 지울 수 없군요. 어쩌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지도 모를 사안입니다만,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이번 사건이 남남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할 듯합니다.

이참에 이적성을 띠고 있지 않지만 유해성 때문에 국내 접속이 차단된 소라넷 등 성인 사이트 가입 회원들도 모두 색출하여 처벌하자는 그저 웃고 넘기기엔 씁쓸한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회적으로 내재되어 있던 이념 갈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엄청난 폭발력을 보이며 덩치를 키워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불 수 있는 이념 논란이란 게 서로 간 증오심만을 더욱 키워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소모성 논쟁에 불과하고, 결국 결정적인 순간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는 점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으로 삼아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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