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의 북한 대화 제의,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새 날 2013. 4. 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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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발의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높여가며 우리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는 사이 우리 또한 이에 응수하며 强 대 强으로만 치달아 가던 남북 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북 대화 제의, 미묘한 상황 변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어 가는 상황 - 아마도 이의 정점은 역시 개성 공단 폐쇄 위협이었겠지요 - 에서 야권 일각에서의 잇따른 대북 대화 촉구가 이어져 왔으나 박 대통령, 이 모두를 묵살한 채 "예전과 같은 방식의 대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고 강경 일변도로 일관해 오더니, 11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입니다.  온 국민이 전쟁의 위협을 느끼며 연일 걱정해 오던 판국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전향적 대북 태도, 일단 반갑고 환영해 마지 않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 시점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2일은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던 날이기도 합니다.  12일 한국에 들어온 케리 역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며, 온전히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라고 합니다.  전날 있었던 박 대통령의 북한 대화 제의 발언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미국 또한 대북 강경 일변도의 행보를 보여 왔기에 박 대통령과 그의 발언을 보며 무언가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그의 한국 방문에 앞서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사전 물밑 작업을 통해 서로 입을 맞췄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케 하는 부분입니다.



항공모함과 최신예 전투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띄워 북한을 상대로 무력시위하며 직접 압박에 나섰던 미국, 이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여론에 등 떠밀려 더 이상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해 오고 있긴 합니다만, 연일 북한을 맹비난하며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한 대북관을 유지해오던 미국 내 분위기를 볼 때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충분히 가능성 열려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반도 평화 주도권은 우리가

 

우리는 절대 원치 않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제3자에 의해 모의되고, 또 실제 실행에 옮겨지려 하는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한 일이라곤 그와 보조를 맞추며, 위협해 오는 북한에게 함께 으르렁거리고 그저 맞장구를 쳐준 일이 전부입니다.  미국이야 자신의 영토가 아닌 곳에서의 전쟁이기에 출격 버튼과 발사 버튼만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은 당장 우리 민족의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인 것이지요.

 

대북 대화 제의를 한미 동시에 부르짖고 있는 이유, 미국? 한국? 누가 주도했든 북한과의 물밑 접촉이 현재 진행되고 있어 취해진, 절대 우연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 입장에선 이제껏과 같이 당연히 미국의 움직임에 그저 발맞춰 따라 간 것뿐이겠지요. 

 

한반도의 평화는 제3자가 아닌,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국의 의지대로 앵무새처럼 따라하기만 보다 우리 정부의 유연한 사고와 그에 따르는 선제적 조치가 우선되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북한 대화 제의, 때문에 반갑고 환영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뒷맛이 영 씁쓸한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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