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흡연자 몰아세우는 정책이 우려스러운 이유

새 날 2014. 12. 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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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한다는 안에 여야가 전격 합의했다.  설마했던 흡연자들,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며 집단 상실감에 빠져든 모양새다.  이참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며 하소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담배연기의 고통을 호소해 오던 비흡연자는 앞으로 깨끗해질 환경을 기대하며 마냥 쾌재를 불러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난 비흡연자다.  담배 연기가 너무 싫은 사람이다.  때문에 이번 정책으로 흡연자가 줄어들게 될 경우 솔직히 좋을 것 같다.  길 걸으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나 음식점 호프집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이들의 모습이 사실 눈에 많이 거슬리던 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이번 합의와 정부의 후속 대책을 보고 있노라면 흡연자들에 대한 대우가 남일 같지 않게 다가오기에 한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담배를 사재기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단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재기 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특별 합동단속을 벌여 이 같은 처벌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재기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국민신고와 접수를 통해 수시 단속활동을 진행하겠단다.  심지어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들끼리 서로 신고하게끔 유도하겠단다.

 

ⓒ머니투데이

 

흡연자들에겐 담뱃값 인상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팍팍 치솟고 있는 상황일 텐데, 정부는 오를 것에 대비해 이를 미리 장만하는 일조차 막겠노라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나야 비흡연자로서 혐연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상황이기에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흡연자에게 주어진 흡연권은 갈수록 그 입지가 좁아지는 데다 자칫 범법자의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심히 안쓰럽게 다가온다.

 

올해부터 100㎡ 규모 이상의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커피숍, 호프집, PC방 등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의 입지는 한층 줄어든 바 있다.  2015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앞에서 언급한 모든 업소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흡연자들의 설 곳이 갈수록 좁아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금연구역이 늘어난다고 하여 비흡연자들에게 있어 마냥 좋기만 한 일일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이른바 풍선효과 덕분에 근래 흡연자들이 길거리로 나와 피우는 경향이 많아 실내에서의 줄어든 간접흡연 효과를 실외에서 그 이상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흡연자대로 아우성일 수밖에 없다.  자꾸만 담배를 피우지 말라며 실내에서 내쫓고, 공원이나 길거리에서조차 쫓겨다니면서 정작 흡연권을 누릴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을 늘리면서 흡연구역 또한 적절히 늘려주어야 할 텐데, 정부가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  이는 결국 흡연자나 비흡연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연간 세수가 2조 8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인상분을 통해 금연 정책이나 교육에 힘을 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작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흡연자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숨쉴 공간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쫓아야 할 텐데, 고양이 쥐 잡듯 무조건 몰아세우기만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노릇인가.  흡연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책은 비록 비흡연자들에겐 남의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부의 이러한 막가파식 정책 추진이 언젠간 우리 모두에게 또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다가올지 모르기에 우려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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