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권은희 후보, 스스로에게 보다 엄격해져야

새 날 2014. 7.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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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궐선거,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권은희 후보의 신분은 예비 정치인이다.  이젠 경찰도, 일반인 신분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때문에 그녀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들이대어져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다.  18일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불거진 그녀의 재산 신고 의혹은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권은희 후보, 남편 수십억 대 부동산 보유 축소 의혹 기사 참조)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에 따르면 거래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액면가만 신고해도 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때문에 선관위의 신고 절차와 규정을 그대로 따라 신고한 권 후보의 행위가 자신의 해명대로 불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선관위로부터도 불법이 아님을 확인받았단다.  또한 실제 권 후보의 남편이 보유하고 있다는 부동산의 부채가 상당한 수준이라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 제기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하게 공직 후보자가 혹독하게 비판을 받아야만 했던 사례가 있던 터이기에 권 후보가 설사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신고를 했고, 실제로 부동산의 가치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만큼에 비해 훨씬 못미친다 해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나 또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써 결코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물론 애초 편법을 가능케 만드는 현행법이 문제이긴 하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허술한 규정이 편법적인 신고를 유발해온 셈이니, 현실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차제에 이에 대한 세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논란이 될 만한 근원을 제거한다면 다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서울신문


가뜩이나 권은희 후보를 표적삼아 연일 맹공을 퍼부어오던 새누리당에겐 호재가 될 게 틀림없다.  실제로 공세의 수준을 더욱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새정연 입장에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테다.  전략 공천 후폭풍의 여파로 인해 내홍 조짐마저 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에서 새정연은 결국 위기 타개책의 묘수로 새누리당이 자주 써먹어오던 '천막당사' 아이템을 끄집어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단다.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당 지도부의 움직임을 통해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도 뻔한 소재인 '천막 쇼'로부터 더 이상의 감흥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음을 간과한 측면이 엿보인다.  공천 과정의 잡음을 통해서도 익히 봐 왔지만, 진정성을 띄지 않은 새정치는 한낱 수사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극심한 잡음을 불러온 전략공천의 과정을 통해 권 후보의 이미지가 다소 훼손되어오던 터, 게다가 이러한 상황에서 터진 재산 신고 의혹은 '정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권 후보의 입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는 모양새다.  권 후보로부터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건 본인의 해명대로 아무리 합법적인 재산신고가 이뤄졌다 해도 실제 재산보다 현저히 적게 신고된 부분은 일종의 편법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이제껏 보여온 권 후보의 이미지라면 적어도 편법 따위의 행위조차 전혀 없을 만큼 청렴해 보였고, 또한 그를 발판으로 전략 공천까지 이뤄졌을 테니 말이다. 

 

변희재 트위터 캡쳐


새정치민주연합 뿐 아니라 이른바 진보 진영 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며, 정치적 셈법을 따지느라 분주해 보인다.  하필 이번 의혹을 제기한 매체가 '뉴스타파'였던 터라 각종 음모론마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진영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분탕질과 이간질에 가세했다.  심지어 친노 진영이 안철수 대표가 공천한 것으로 알려진 권은희 후보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7.30 선거 이후를 노린 포석이란 얘기마저 흘러나올 정도다. 

 

안철수 대표와의 결합 이전부터 불거졌던 계파 간 갈등이 안 대표의 합류와 함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제대로된 화합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혼합물로 머물러있는 부분이 한계인 듯싶다.  공천 잡음으로부터 비롯된 계파 간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밑 전쟁은 치열하다 못해 물밖으로까지 그 파장이 미칠 정도다.  새누리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다가 이번 권 후보의 재산 신고 의혹 건은 새정연에게 있어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질 것이 틀림없다.  '정의의 아이콘'에서 '부정의 아이콘' 프레임에 권 후보를 가두려 혈안이 돼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너무도 뻔한 일이다.  귀가 얇은 유권자들을 흔들기 위해 어떡하든 침소봉대로 타격을 가하려 할 테다.  그렇다면 권 후보 측은 이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그럴수록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 마냥 정치적 셈법 따져가며 전략적으로 이에 대응하려 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왜 진보 진영에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할 개재가 아니다.  사과를 할 경우 자칫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낼 상황 또한 아니다.  만약 반대 진영 후보로부터 이런 의혹이 불거졌을 경우 진보 진영에서 어떻게 나왔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확실하다.  모든 걸 털고 가야만 한다.  권은희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어 그녀가 공언한 대로 아직 못 밝혀낸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가 떳떳해져야만 한다.

 

법적으로, 그리고 도의적으로 볼 때 하등의 문제가 없을지언정 권은희 후보가 당당히 국회에 입성하여 그녀가 바라던 대로 우리 사회에 제대로된 정의를 실현시키고 뜻한 바를 펼치기 위해서라도 그녀 스스로에게 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역으로 새누리당 등 현 권력층의 비리에 대해 더욱 호되게 꾸짖는 일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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