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감꼭지 달리면 곧 겨울이라는 어머니 말씀

새 날 2014. 7. 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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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직녀달 7월의 시작이다.  오늘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건 2014년 한 해도 벌써 절반이 후딱 지났기 때문일 테다.  물론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있네" 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들도 더러 있을 수 있겠다.  시간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사람마다 체감하는 방식은 엄연히 제각각일 테니 말이다. 

 

지난 4월이었지 싶다.  유난히 더웠던 4월초였던지라 벚꽃이 제철을 잊고 그만 한꺼번에 활짝 피고 말았다.  우리집 감나무에 감꼭지가 달리기 시작했던 시기도 아마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이를 보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이제 곧 겨울이 오겠구나"

 

뜬금 없다.  그래서 여쭈었다.

 

"엥?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데, 벌써 겨울이라니요?"



어머니의 경험에 따르면 감꼭지가 달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감나무의 잎은 무성해지고, 곧 감이 무르익기 시작해 어느덧 찬 바람 부는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든단다.  그 변화속도가 마치 전광석화와 같단다.  듣고 보니 일리있는 말씀이었다.  그만큼 시간의 흐름이 무심하다는 의미로 와 닿는다.

 

엇그제였던가.  아내가 근래 몸이 결리거나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며 하소연하길래 나도 점잖게(?) 한 마디 거들었다. 

 

"젊었을 땐 몸의 상태가 좋거나 나쁘다는 느낌이 확연히 구분되어 조금 안 좋다가도 이내 좋아져 가뿐하다는 느낌이란 게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내 몸의 컨디션이 확 좋다 라는 느낌은 온 데 간 데 없고 항상 어딘가 찌뿌둥하고 결리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그대나 나나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 아닐까?"

 

그랬다.  슬쩍 눈치를 보니 아내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

 

 

저녁 느즈막한 시각에 헬스장에 들러 생계형 운동을 마치고 나면 그나마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헬스한다고 하면 다들 몸짱을 떠올리며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우린 그런 수준이 아니다.  아이들이 정말 하기 싫은 숙제 하는 것 마냥 마지 못해 하는 일종의 숨쉬기 운동에 불과하다.  그래서 민망한 마음에 늘 '생계형 운동'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곤 한다.  그나마도 약속이 있거나 갑작스런 일정 때문에 빼먹기 일쑤라는 건 함정이다.

 

그런데 내게도 어머니처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고 있음을 근래 여실히 느낀다.  아직 봄이지만 그 안에서 여름이 보이고, 또 한창 더운 여름이지만 역시나 곧 다가올 가을이 비치곤 한다.  물론 계절을 마구 넘나드는 어머니에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대단한 능력자 아닐까?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내 스스로 감당하기 벅찬 나이가 된다면, 물론 지금도 충분히 벅차다 -_-;;, 늘 피곤에 절은 몸 상태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싶다.  노화 현상이 늘 찌뿌드하고 무언가 결리는 듯한 느낌에 가속 페달을 밟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 따위 잊고 사는 게 정답인 걸까?  

 

내겐 나름 무척이나 중요하게 와 닿던, '올해의 절반이 벌써 지났다'와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있다'의 의미 부여로 시작된 2014년 하반기의 첫날이자 견우직녀달의 시작인 오늘, 여러분들에겐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급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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