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요즘 영화관 광고 정말 너무하네

새 날 2014. 7. 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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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한의원 광고 동영상 캡쳐

 

근래 영화관에서 광고타임(?)이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몇 개가 있습니다.  물론 광고타임이라고 하여 사전에 따로 정해진 룰 따위 분명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오래된 관습인 양 관성처럼 암묵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관에서의 광고란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관람하게 되는 경향이 짙은데요.  그나마 그 종류가 다양하고 가끔 등장하는 수준이라면 특별히 기억에 남지도 않거니와 웬만하면 그냥 넘어갈 법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자주 등장하여 관람객들에게 자꾸만 강제 주입을 시키려는 느낌 때문에 짜증마저 유발해 오는 광고 몇 편이 있습니다. 

 

상영관의 종류와 상관없이 서울 시내 상영관 그 어디를 가더라도 스크린마다 모 한의원의 광고로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시리즈물로 제작이 이뤄진 모양인데, 이를 수 차례 내보내며(심지어 똑같은 시리즈물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뇌리에 강제로 이 한의원에 대한 정보를 각인시키고 있었습니다.  영화 보러 갔다가 영화 정보가 차지하고 있어야 할 뇌리에 모 한의원에 대한 인식만이 아로새겨진 채 상영관을 나오기 일쑤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라는 표현이 꼭 알맞겠군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해당 광고주가 얼마나 많은 광고비를 영화관 측에 쏟아부었는지는 몰라도 아예 작정한 채 관람객들에게 반복 학습에다 철저한 복습까지 시키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결과를 보니 광고의 광고주 내지 업종에 대한 비중이나 시간 따위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가 봅니다.  그런데 이 한의원의 집요한 광고는 비단 영화관 뿐만이 아니었는가 봐요.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통해서도 동시다발로 광고가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희한하게도 대중들은 해당 광고의 도발적인 행태로 짜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우리 언론에선 그 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온통 칭찬 일색이더군요.  이러한 언론들의 행태를 보아 하니 해당 한의원 측의 철저한 관리와 고도의 광고 전략이 숨겨져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쯤되면 정말 대단하군요.

 

ⓒ모 성형외과 동영상 광고 캡쳐

 

그런데 이 광고뿐만이 아닙니다.  지방 흡입 시술을 권하는 모 성형외과의 광고는 스크린에 등장한 지 꽤나 오래된 것 같은데 생명력이 제법 긴 편인 데다가 최근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광고를 새로 제작하여 내보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상영관을 옮겨 다닐 때마다 영화는 바뀌어도 절대 변함없이 지속되는 광고 중 하나가 바로 이 지방 흡입 시술 광고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광고를 내보는 데 있는 게 아닌 연령 제한이 없는, 즉 미성년자 관람가의 영화에서도 해당 광고가 버젓이 상영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에 연령 제한을 걸어 두었다는 건 광고와 관련해서도 타깃층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의미일 텐데, 돈벌이에 눈이 먼 상영관 측에선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광고 상영 시간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져 가끔 광고를 보러 온 건지 아니면 영화를 보러 온 건지 헷갈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멀티플렉스에서의 광고시간을 직접 측정해 보았습니다.  보통 영화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되는데, 해당 상영관은 이때부터 광고를 주구장창 내보내기 시작하더니, 영화 시작 시간을 훌쩍 넘겨 총 20분이란 시간을 원치 않는 광고로 축내고 있었습니다. 

 

예로 8시 상영 영화라면 7시 50분부터 8시 10분까지 광고 타임이었던 셈입니다.  영화 한 편의 관람 시간이 두 시간 짜리라고 한다면, 실제로는 10분이라는 시간을 광고로 빼앗겼으니 두 시간이 아닌 1시간 50분 짜리 영화를 보게 되는 셈입니다.  우리가 요금을 지불할 땐 분명 두 시간 관람을 염두에 두고 입장권을 구입한 것이기에 이러한 관행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이 아닐까 싶군요.  물론 영화관들도 그에 대한 책임 면피를 위해 입장권에 약간의 꼼수짓을 해 놓은 장치가 슬쩍 엿보이긴 합니다.

 


모 멀티플렉스 영화관 입장권입니다.  영화 시작 후 10분 간의 광고 상영에 대해 "입장 지연에 따른 관람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약 10분 후에 시작됩니다"란 문구를 삽입해 놓았습니다.  한 마디로 관람객들이 영화 관람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이를 배려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인 양 광고 상영에 대한 책임을 은근슬쩍 관람객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꾸로 관람객들이 상영시각보다 늦게 입장하는 건 바로 상영관 측의 이러한 관행 때문이란 생각은 안 해 본 걸까요?  또 다른 상영관 입장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입장권엔 "예고편 상영 등 사정에 의해 본 영화 시작이 다소 차이날 수 있습니다"란 문구가 저 아래 구석탱이에 아주 깨알만한 크기로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부러 찾아보지 않는 한 보이지도 않을 그러한 위치입니다.  그나마 실제 영화시간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있긴 했지만, 예고편에 대한 설명은 있을지언정 광고에 대한 얘기는 절대로 없습니다.  아래는 또 다른 상영관의 입장권입니다.

 


그나마 앞의 상영관들은 양반이었던 셈이로군요.  이 상영관 입장권엔 실제 상영시간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영화 '말레피센트'의 입장권인데, 실제 상영시각은 15:30이 아닌 약 10분 뒤인 15:40이었습니다.  다른 상영관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이 10분을 손해보는 구조더군요.

 

가뜩이나 영화 전체 분량에서 10분 정도를 손해보며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원치 않는 광고를 봐야만 하는 영화 관람객들의 입장인데, 더군다나 특정 업체를 과도하게 띄우기 위한 짜증 유발성 반복 광고나 타깃을 잃어버린 어이없는 성형광고 따위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는 건 결국 영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관 측은 잇속 챙기기를 위한 무차별적 광고 수주와 상영을 지양하고, 우선 영화 관람객의 권리부터 존중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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