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말레피센트> 엄마 미소짓게 만드는 행복한 영화

새 날 2014. 6. 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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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재해석한 영화다.  실은 재해석이라기 보다 모티브는 해당 동화로부터 차용해온 게 분명하지만 젼혀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라 봐야 함이 맞겠다.  매력 만점의 마녀 요정 말레피센트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변덕(?)과 때로는 심술, 그리고 그녀의 마법에 맞서는 인간 세계의 탐욕이 이 영화의 요체다.  물론 그의 배경엔 사랑과 애증 그리고 끝없는 욕망의 기제가 깔려 있다.

 

 

새롭게 창조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요정들의 모습 그리고 이들이 나누는 특이한 소통 방식을 보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하다.  판타지적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다양한 생명체들은 기존 영화 속에서 흔히 봐왔거나 동식물의 외양에서 따온 모습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어찌 보면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좀 더 기발한 캐릭터의 등장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마녀의 변덕(?)은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기에 충분했으며, 그로부터 벌어지는 사건의 면면들은 흥미를 더욱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가 무척 매력있게 다가오는 건 판타지의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단순히 치장하기보다 엄마 미소와도 같은 따뜻한 감성이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피센트는 흡사 인간의 외양을 쏙 빼닮은 소녀 요정이다.  다른 부분이라면 날개가 달려있다는 점 정도?  그녀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인간 세상과는 달리 별도의 지배자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다.  어느날 이곳에 스테판이란 인간 세계의 소년이 우연히 출몰하게 되고, 말레피센트와의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된 이후 둘은 우정을 나누다가 사랑이란 감정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장성해가는 스테판은 순수한 사랑보다 세속적 욕망 쪽으로 마음이 점차 기울어간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늘 다른 세계의 정복을 위해 침범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말레피센트를 필두로 한 요정들은 이들의 공격을 가볍게 제압하고 역습을 가하기도 한다.  어느날 말레피센트의 공격에 의해 왕은 부상을 당해 생명이 경각에 달하고, 이후 왕은 말레피센트의 목숨을 끊는 자에게 후계자의 영광과 자신의 딸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른다.  스테판(샬토 코플리)은 왕위에 대한 욕심을 품고 오랜만에 요정세계로 돌아가 말레피센트와 재회하며 그녀의 환심을 얻는데 성공한다.

 

 

스테판은 잠든 그녀를 죽이려 했지만, 차마 직접 행할 순 없어 대신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떼내 전리품으로 왕에게 갖다 바치며 드디어 왕위 계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쟁취한다.  날개를 잃은 말레피센트는 타오르는 배신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들끓는 분노를 감당 못하다가 결국 스스로 요정세계의 마녀를 자처하게 된다. 

 

 

스테판은 왕비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게 되고, 오로라란 이름을 지어준다.  딸의 세례식날 말레피센트는 스테판의 왕궁을 찾아 오로라에게 16세가 되는 날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저주를 내리는데..

 

 

가히 안젤리나 졸리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영화 자체가 그녀의 역할에 최적화된 느낌이다.  그녀를 위해 탄생한 영화인 건지 아니면 그녀의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그런 것인지, 뭐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특히 천진난만한 연적의 딸 오로라에게 점차 빠져드는 말레피센트의 모습은 모든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오로라 공주의 어릴 적 모습, 이 귀여운 꼬마가 안젤리나 졸리의 실제 딸이란다.  한없이 귀엽기만 한 오로라가 겁도 없이 마녀에게 안겨 머리에 뒤집어 쓴 뿔을 만지며 마냥 신기해 하는 모습과 이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마녀 말레피센트, 그 둘의 극적인 만남은 실제 엄마와 딸처럼 운명적인 관계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세 요정은 비록 나이는 많은 듯싶지만 너무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었으며, 때로는 다소 멍청하기까지 해 관객들에게 대리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웃음 코드 대부분을 이들이 떠맡지 않았나 싶다. 

 

인간이 지닌 욕망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인지도 모른 채 오직 앞만 보고 내달리는 인간 군상들의 어리석음을 스테판이란 인물을 대신하여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레피센트가 착한 요정에서 마녀로 깜짝 변신하게 된 연유도 실상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 스테판 때문이다.

 

분노와 애증의 화신에서 모성애 가득한 수호천사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 안젤리나 졸리 덕분에 모처럼 감성 가득한 동화 속 판타지 한 편을 본 느낌이다.  따뜻한 감성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행복감을 고루 느끼고 싶은 분들께 강추한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장담한다.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 이미지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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