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더 바디> 깔끔하게 잘 짜여진 추리소설 같은 영화

새 날 2014. 5. 24. 08:38
반응형

 

흡사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돌려보던 코난 도일의 얇은 문고책 한 권을 얻어 읽은 느낌이다.  검은색 바탕의 50권 짜리 추리소설 시리즈 말이다.  물론 너무 오래된 일이라 출판사를 기억해낼 수가 없다는 점은 함정이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런데 이 영화 어쩌면 모 평론가의 평론처럼 반전 하나에 모든 운명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마지막 반전이 백미라는 의미이다.  관람 전부터 전해 들은 극적인 반전 요소 덕분에 관람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으며, 끝까지 사건 경위를 짚어가는 솔솔한 재미도 뒤따른다. 

 

 

오로지 아내의 자산과 배경만을 노리고 결혼한 알렉스(우고 실바), 그는 카를라(오라 가리도)라는 젊은 여성과의 혼외 교제 끝에 아내인 마이카(벨렌 루에다)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의약 관련 업체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알렉스, 그에겐 그녀의 심장을 멎게 할 약품 하나쯤 빼오는 일,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테다.  어느날 포도주에 이 약품을 몰래 섞어 아내에게 먹인다.

 

 

그날 오후 사체로 발견된 그녀는 시체 안치소로 옮겨졌으나, 밤사이 시체가 사라지는 깜짝 소동이 벌어진다.  시체 안치소 경비를 맡았던 이는 무언가에 홀려 쫓기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과 음모들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사체 실종 건으로 출동한 형사(호세 코로나도)에 의해 알렉스가 호출되고, 이후로 온갖 추측 내지 억측이 난무하는 와중에 알렉스에게 이상한 일이 자꾸 발생하는데..

 

 

제목과 시놉시스를 접했을 땐 약간의 공포스럽거나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될 듯싶었다.  <더 바디>란 의미는 아마도 '사체'를 뜻하는 것일 테니, 동양인의 정서엔 그로부터 연상되는 여러 이미지들이 선입견이란 형태로 굳어진 채 뇌리 속 한 켠에 완고하게 자리 잡은 터다.  여기엔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시체 안치소가 된 탓도 크게 작용했을 테다. 

 

 

하지만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중간 중간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갑툭튀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러한 장면들이 연출되긴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시체를 매개로 하는 귀신이나 영혼 따위의 소재와는 절대로 별개다. 

 

영화는 마치 흑백 영화를 감상하듯 침침한 분위기에 음산함마저 불어넣어 본격적인 반전에 대한 짜맞추기 퍼즐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다소 수면을 유발해 오기도 한다.  비 내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다.

 

 

연신 나오는 하품과 천근 만근 절로 감기는 두 눈을 부릅뜨느라 애썼던 난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나 피곤한 일상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함께 관람했던 마눌님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결과를 놓고 유추해 볼 때 영화의 배경과 그에 걸맞는 기괴한 분위기가 졸음을 유발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반전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며, 앞서 있었던 사건들과 퍼즐 맞추기를 해 보니, 절묘할 만큼 잘 맞아 떨어진다.  빈틈이 거의 없다.  다소 의외의 반전이자 영화의 모든 걸 다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키 포인트로 보여지는 이것이 만일 엉성한 짜맞추기였더라면 영화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졌을 테다. 

 

다행히 억지 요소는 없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을 맛나게 읽을 때처럼 사건 요소요소를 곱씹고 다시 되짚어 가며 스스로 반전 요소를 찾아가는 재미가 압권 아닐까 싶다.

 

스스로가 꿰어 맞춘 결과와 실제 영화의 결론이 맞았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설사 틀렸다손쳐도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 아니겠는가.

 

 

감독 오리올 폴로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