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순전히 물셀 틈 없을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정교한 시나리오 덕분일 게다. 헐리우드 액션을 어설프도록 무작정 좇지 않았다는 부분에도 높은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한 마디로 한국형 액션의 모범답안을 제시해 주는 영화 아닌가 싶다.
영화는 초반부터 마지막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제목 그대로 끝까지 달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달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심각한 상황에서조차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터져나오게 만드는 웃음 코드는 이 영화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액션과 코믹을 적당히 버무려놓아 마치 맛난 퓨전 음식을 먹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강력반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어머니의 장례식날 업무상 비위 혐의로 감찰반의 내사를 받게 돼 경찰서로 호출된다. 음주 상태로 차를 몰던 고건수, 상주가 사라지자 어디로 갔느냐며 곧 입관이 진행되니 빨리 오라는 가족들의 채근과 함께 아내의 갑작스런 이혼통보, 그리고 경찰의 내사 압박이라는 3종 스트레스 콤보로 그는 폭발 일보 직전이다.
운전 중 어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순간 도로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을 미처 발견 못해 결국 교통사고를 내고 만 고건수, 내려서 확인해 보니 차에 치인 사람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니었다. 급하게 자신의 차 트렁크에 사체를 실은 뒤 어머니의 입관에 참석하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향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입관을 바라보던 고건수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불경스러운 방법의 완전범죄를 꿈꾼다. 사체를 어머니의 관에 함께 넣어 묻기로 한 것이다. 온갖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이에 성공하며 한시름 놓는 고건수, 하지만 경찰서로 걸려온 누군가의 괴전화는 그를 재차 궁지로 내모는데...
고건수와 대척점에 선 또 다른 형사 박창민(조진웅)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카리스마 가득한 그의 풍모와 말발은 가냘픈 고건수를 가볍게 압도하고도 남는다. 강력 범죄 소탕 과정에서 얻은 인적 네트워크와 범죄 술수는 그를 더욱 잔혹한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데다가 사람 죽이는 일 따위에 절대 눈 하나 꿈쩍 않는 냉혈한이다. 중반 이후 벌어지는 이들 둘 사이의 지능 싸움과 다툼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조합인 이선균 씨의 능청스런 연기와 조진웅 씨의 카리스마가 한데 맞붙게 되니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한 느낌이다.
영화 속에선 경찰 내부의 비위에 대해 경관들끼리 서로 눈 감아주거나 덮어주는 관행 아닌 관행이 연출되고 있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허구인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리라. 민중의 지팡이인 우리 경찰의 실재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 테다(?).
그동안 괜히 무게 잡으며 헐리우드 액션 비스무레 흉내내다 쪽박 찬 수많은 액션 장르의 영화들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기가 막힐 만큼 영악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CG로 가득 채운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는 없지만, 탄탄하면서도 톡톡 튀는 기발한 각본과 그에 걸맞는 캐스팅만으로도 얼마든 우리식 액션을 창조해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측면에서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숨가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111분이란 런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영화다.
감독 김성훈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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