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삶은 그 자체로 동화다

새 날 2014. 7. 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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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헐리우드를 풍미했던 미국 출신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실제 삶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적 각색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내 인생이 동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동화다"  그레이스 켈리가 생전에 남긴 어록이다.  영화 인트로 부분에서 언뜻 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녀 스스로의 표현처럼 그레이스 켈리는 정말 동화처럼 극적인 삶을 살지 않았나 싶다.

 

 

제2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배우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는 모나코의 레이에 3세(팀 로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며 전 세계인들의 축복과 함께 헐리우드를 떠나게 된다.  모나코 국왕의 왕비 노릇은 생각만큼 즐겁지가 않았다.  속마음을 겉으로 절대 내색할 수 없는 왕실의 생활이 그녀에겐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날 영화감독 히치콕이 그녀를 찾아와 새로 기획된 영화 '마니'에 출연 제의를 해오게 되며 잠시 흔들리는 켈리, 고심 끝에 이에 출연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쉽게 이뤄진 결정은 절대 아니다.

 

 

이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나코가 프랑스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돼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프랑스 대통령 드골은 모나코의 합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녀가 헐리우드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프랑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약삭빠른 프랑스는 이를 이용, 모나코의 왕실을 위기에 빠뜨리는데...



헐리우드로 돌아가겠다는 켈리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의심은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막다른 곳에 이르게 하지만, 터커 신부(프랭크 란젤라)의 도움과 삶의 주인공 역을 결코 잃지 않겠다는 켈리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이를 극복해내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한 나라의 국왕과 헐리우드 최고 여배우의 결혼은 일반인들의 가십거리로 너무도 훌륭한 소재다.  때문에 왕실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마저도 크게 와전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기 일쑤다.  아마도 앞서 있었던 세기의 결혼 관계들이 쉽게 깨지는 경우를 흔히 봐온 대중들에겐 그녀의 헐리우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난 것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켈리 역시 잠깐 흔들리는 모습을 비치지만 그러한 상황에 결코 굴함 없이 오히려 더욱 스스로를 다독여 진정한 모나코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헐리우드 진출을 놓고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뒤 왕비가 아닌, 그리고 유명 배우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위로받고 싶었던 켈리, 하지만 그녀는 이미 공인이었기에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그녀의 개인적인 삶보다 모나코 왕비로서의 삶을 더욱 걱정하는 눈치다.

 

 

이 영화는 묘하게도 전혀 내용이 다른 인도 영화 '굿모닝 맨하탄'을 연상시킨다.  비록 가정주부와 왕비라는, 역할에 있어 큰 차이가 있지만, 세상의 편견과 난관을 극복하고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두 여자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묘하게 닮은 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슬쩍 속살을 내비친 모나코의 풍광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낮이면 낮, 밤이면 밤, 나름의 독특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듯싶다.  왕실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와 이로부터 왕실을 지켜내려는 왕실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호전적으로 묘사된 드골, 잠시 등장한 히치콕 등 역사속 인물과 모나코의 화려한 전통 의상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방인 그리고 여성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모나코의 존경받는 왕비로 우뚝 선 켈리의 삶은 그 자체로 동화 아니었는가 싶다.


감독 : 올리비에 다한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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