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통령 퇴진 요구도 못하는 나라, 민주국가 맞나

새 날 2014. 5. 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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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뜻에 따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정치가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우리 대통령은 국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수백명에 이르는 생명을 진도 앞바다에서 황망하게 떠나보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온당한 퇴진 요구마저도 처벌하겠다며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컷뉴스

 

지난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라는 글이 교사 43명의 명의로 올라온 바 있는데, 교육부가 이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에 '위법한 교사선언 관련자에 대한 조치사항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원에 대해 징계처분, 형사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달라고 주문했단다.

 

이게 사실이라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 주권은 다 무슨 소용인 거며,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도 모두 허튼 소리가 되는 셈 아닌가.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를 거쳐 뽑는 선출직이다.  북한과 같은 '절대존엄'의 직위도 아니며, '짐이 곧 국가'라는 왕은 더더욱 아닐 테다.  5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를 잘 이끌어 줄 것을 믿고 국민들은 표를 던졌다.  임기가 정해진 회사의 CEO와 같은 개념일 테다.  그렇다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보는 관점에서 대통령이 영 미덥지 못하다면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대통령 퇴진 요구가 체제 전복을 꾀하는 선동이라도 된다던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를 점령하거나 헌법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켜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기 위한 폭동이라도 일으켰단 말인가. 

 

그도 아니라면,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온당한 행위가 북한의 집권 정당인 조선노동당과 그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등의 외교 방침을 추종하는 이른바 '종북'이라도 된단 말인가?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노란 리본을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우고, 국민들의 온당한 슬픔과 분노 표출마저 선동으로 몰아가는 새누리당 및 정부 관료들, 그리고 무책임한 대통령에게 향한 국민들의 성토를 '미개하다'고 비하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야 말로 우리의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뉴스1

 

'선동하지 말라'는 그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급기야 '어머니의 마음'을 빙자한 여성단체들의 참여마저 이끌어내며 오히려 그들이 하지 말라던 또 다른 형태의 선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부대봉사단, 나라지킴이여성모임 등 21개의 보수단체가 16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노란 물결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모든 것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불순한 이들을 척결하자"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청와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 관료들에 이어 드디어 민간단체, 그것도 엄마 마음을 빙자한 여성단체들의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일사불란한 그들의 '대통령 지키기' 대응체계에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다.  대통령 지키기에 조직적으로 나선 이들의 공통 일성은 '종북세력에 의한 선동'이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보여온 정부의 무능함과 대통령의 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온당한 성토마저 예의 그 색깔론으로 덧씌우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가해진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 따르는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국민에게 준 어마어마한 상처에 대해 책임지라고 외칠 수 있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체제를 전복하거나 내란을 획책하려는 음모가 아닌,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행위에 대해 '종북'잣대를 들이대며 불순한 선동이라고 주장하는 행태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이자 불순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전체주의국가였던가?  아닐 테다.  헌법 제1조 1항엔 엄연히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2항에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 퇴진 요구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 한다면, 이게 무슨 민주주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낯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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