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정 컨트롤타워 청와대의 개조가 시급하다

새 날 2014. 5. 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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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사회에서 자주 통용되는 외국어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닌 '컨트롤타워'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나마도 대부분 한자어겠지만, 그래도 굳이 우리말로 해석해 본다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 쯤 되겠다.  좀 더 줄여 볼까?  '총괄 운용 조직'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당국의 허술함과 우왕좌왕하는 모습 속에서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우린 뭐든 직접 경험한 뒤 뒤늦게 그의 심각성을 깨닫는 아주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그보다 더욱 나쁜 건 이런 산 경험조차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잊은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데에 있다.  일종의 악습이 돼버린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두고 청와대가 '자신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발뼘하며 책임 공방을 벌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며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관하던 행태와 같은 맥락이자 연장선이다. 

 

ⓒ노컷뉴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살림살이 전체를 이끌어가는 국정 컨트롤타워다.  재난에 대한 대처도 당연히 포함하는 모집합의 개념이다.  가용한 모든 사람, 자원을 총동원해서라도 국가적 재난 사태를 수습해야 할 최종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있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가 그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라는 재난 앞에서의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이 아닌 양 뒷짐만을 지고 있고, 청와대는 계속해서 헛발질을 해대고 있다.  29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사과에 대해 유족들이 "실천과 실행이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언급하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라며 되받아 쳤다. 



'유감'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있는 느낌'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밝힌 입장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일개 국민에 지나지 않는 너희들이 감히 불만 표시를?  발끈하는 모습이 절로 이미지화 되는 느낌이다.  국민에 대한 청와대와 대통령의 현재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 아닌가? 

 

논란이 일자 민 대변인은 곧바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준비 없이 드린 답변"이라 해명했지만, 한 번 내뱉어진 말은 되돌릴 수가 없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며 덮고 가기엔 청와대의 이후 행태가 너무도 괘씸하여 그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닌 듯 보인다.

 

ⓒ서울신문

 

2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을 당시 유족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에 대해 위로하는 장면을 두고 일각에서 연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30일 청와대는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할머니 한 분을 위로하는 사진에 대해 연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  분향소에는 조문객과 유가족도 있었고, 일반인도 섞여 계셨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중 한분이 대통령에게 다가와 인사한 것뿐이다.  만일 연출했다면 연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도 아니고, 연출을 해서 득 될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애써 강조하고 나섰다.

 

ⓒ노컷뉴스

 

그러나 30일 노컷뉴스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또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른바 '조문 연출'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이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여성에게 대통령이 조문할 때 대통령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며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국민들이 청와대를 성토하고 있는 건 비단 조문 연출 때문만이 아닐 테다.  대통령의 움직임 뒤엔 대규모의 경호 인력이 뒤따르며, 따라서 대통령이 일반인들과 섞여 함께 움직이는 데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문객을 사전에 섭외, 대통령의 유가족 위로 연출에 협조를 구한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  대통령이란 직위의 특수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일 테다. 

 

그렇다면 이번 해프닝이 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걸까?  인간적 예의라곤 털끝만큼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의 파렴치한 행각 때문?  아마도 그게 전부는 아닐 테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거듭된 거짓 해명과 책임 회피 탓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보여온 덜 떨어진 행태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누적돼가고 있는 국정 컨트롤타워의 혼란을 보고 있자니, 멀쩡했던 사람마저 천불이 올라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의 헛발질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석 달 전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의 잦은 사고와 상습적 정원 초과 등을 고발하는 민원이 '청와대 신문고'에 접수된 바 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청와대 신문고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단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면 '국민신문고'란 항목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결국 세월호 침몰 사고와 청와대 책임을 연결하려는 듯한 보도가 나오자 언론에게 재갈부터 물리려는 예의 그 못된 버릇이 도진 셈이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 컨트롤타워의 총체적인 부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의 취약한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이의 결과는 '국가안전처'라는 부처의 신설을 불러와 결국 정부 조직 개편이라는 과제로 확산됐고, 급기야 국가 개조라는 거대 담론마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다른 무엇보다 먼저 개조되어야 할 게 있다.  다름 아닌 청와대다.  정신줄을 놓은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정 컨트롤타워 청와대의 전면 개조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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