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기초연금법 통과.. 표 구걸에 후퇴한 대한민국 복지

새 날 2014. 5. 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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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해 비통에 빠진 대한민국, 이번엔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마저 더해지며 나라 전체가 온통 뒤숭숭하다.  그렇다면 혹시 정치권이 이런 혼란한 틈을 역이용한 것 아닐까?  2일 기초연금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5개월여만이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수급 대상자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의 '공약 후퇴'를 주장하던 야권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한동안 표류해 오던 법안이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의 기본 구상에 맞춰 골격이 짜여졌다는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일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기존 당론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번 법안 통과를 위해 무리수를 둔 모양새다.

 

ⓒ경향신문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금법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매월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되, 국민연금 평균수급액이 3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급 대상자에게는 20만원을 지급토록 했다.  지급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639만명 가운데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447만명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는 구조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공약 후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애초 설계했던 '국민연금 연계'와 '소득하위 70% 차등지급'의 개념 모두 이번 법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셈이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파기된 채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만 월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월 20만원 모두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당론으로 정하며 정부 여당과 지루한 공방을 이어간 채 맞서 왔지만, 끝내 위에서 언급한 절충안이 통과되고 만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이해관계가 각각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이 크게 이반된 상황에서 6.4 지방선거가 자칫 '정권 심판'이란 불똥으로 튈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을 테고, 따라서 그에 대한 국면 전환용 이슈가 필요했을 테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자신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탓에 기초연금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노인들에게 팽배할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결국 두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절묘한 합일점을 찾아 이와 같은 졸속 결과를 도출해낸 셈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게 될 복지 정책이라는 것이 이렇듯 정치권의 정략적 목적에 따라 간단하게 결정될 수 있는 그런 사안일까?  당장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는 젊은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의 노년층보다 상대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 기초연금 수혜를 온전히 볼 수 없는 탓이다.  성격이 전혀 판이한 국민연금과의 연계로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취약한 국민연금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이 있던 지난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는 3만명가량이나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실제 법이 통과되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연계되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 장기 가입의 유인이 약해진다면 국민연금 탈퇴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다분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기초연금과의 연계로 인해 노후 복지의 큰 축인 국민연금마저 흔들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가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려 공적 연금의 존재 취지를 훼손시키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노후를 불안하게 만드는 최악의 사태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현재의 삶도 버겁고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 미래마저 온전히 보장 못받게 될 우리 청춘들에겐 그야 말로 불벼락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의 잇속이 젊은 세대의 꿈마저 허공에 날려 버린 셈 아닐까 싶다.  너도 나도 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외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렇듯 국민들의 미래마저 볼모로 삼고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 범주에 포함시킨 채 희생양 삼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의 표 구걸 행태에 의해 복지국가의 꿈은 또 한 단계 뒤로 후퇴하는 느낌이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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