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온리 갓 포기브스> 진정한 절대자란 일상 속에 존재한다

새 날 2014. 4. 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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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다.  황당함과 역겨움 속에서도 무언가에 끌리는 느낌이라 하면 이해가 될까.  어쨌든 이 영화 속엔 차마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혼합되어 있다.  아니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인 것만이 아닌,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물질로 화한 느낌이다. 

 

오로지 신만이 용서가 가능하다는 타이틀이 강한 자성으로 나를 이끌더니, 태국을 배경으로 한 퇴폐적인 분위기의 시뻘건 홍등가와 뒷골목 이미지들은 이러한 묘한 분위기에 뚜렷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태국에서 권투 클럽을 운영하는 줄리엔(라이언 고슬링)의 형이 어느날 사창가에서 미성년자인 상대 여성을 죽이고 자신도 죽임을 당한다.  죽은 여성의 아버지가 그의 형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외양상 그녀의 아버지가 죽인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 배후엔 어마어마한 내공을 갖춘 중년의 한 경찰관(비데야 판스링감)이 존재한다.

 

 

줄리엔의 어머니(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죽은 장남의 시신을 수습하고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이역만리로부터 날아와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사람들을 부려 용의자들을 색출, 한 사람씩 처리하며 점차 원류에 접근해 가는데...

 

 

절대자 역할의 경찰관, 처음 등장부터 심상찮다.  짝딸막한 키에, 몸매는 전형적인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 걷는 모양새마저 다소 우스웠지만 눈매만은 분명 날카로웠다.  이분이 첫 등장할 당시의 묘한 분위기와 번뜩이는 눈을 통해 보통의 인물이 아니란 점은 짐작 가능했으나, 차마 절대자의 지위에 위치한 분일 것이란 사실은 상상도 못했다.  절대자라면 보통 멋지고 수려한 외모를 떠올리지 않던가?   감독이 관객의 고정 관념을 제대로 깨부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절대자는 자신의 영역에 도전해 오는 인물들을 한 사람씩 처단할 때마다 홍등가의 가라오케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그의 칼에 묻은 피가 채 마르기도 전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기괴하다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제단 앞에서 의식을 치르는 행위 쯤으로 읽힌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인물이 잔혹하기 그지없는 절대자의 역할을 맡고 있자니, 가뜩이나 기괴한 분위기가 더욱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다.  이러한 묘한 느낌을 연출한 감독, 그래서 탁월하다.  어쩌면 진정한 절대자란 이렇듯 출중하지 않은, 평범함 속에 묻혀 결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 따위 없음을 묘사했을지도 모르겠다.

 

 

줄리엔의 어머니 역시 보스적 기질로 똘똘 뭉친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절대자인 경찰관과 대비되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물론 아들의 복수를 위해 자신이 직접 절대자와의 결투를 택하진 않는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볼 때 줄리엔은 죽은 형에 비해 모든 면이 나약하기만 하다. 

 

 

항상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줄리엔은 어머니의 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마마보이 쯤 될 것 같다.  형의 억울한 죽음을 앙갚음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해 보이려는듯 절대자와의 단독 결투를 선택한 줄리엔,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자신에 비해 절대 강자이며 냉혹함마저 감출 수 없는 강인한 어머니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마마보이 줄리엔에겐 누구보다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감성이 존재한다.  잔인함 이면에 가정적이며 아이를 아끼는 가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인 절대자와 이 부분에서 묘하게 닮은 채 맞닿아 있다.

 

판타지를 현실에 접목시켰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러다 보니 현실과는 영 딴판으로 돌아가는 다소 황당하기 그지없는 스토리일 수밖에 없다.  감독이 전달하려는 의미를 애써 무시한 채 그저 외양으로 드러난 그대로를 바라본다면 분명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영화가 다 있나 싶을 테다.  또한 꽤나 잔혹하다.  피가 낭자하다. 

 

이런 류의 영화, 매니아적 기질이 있지 않은 분들이 보신다면 분명 후회할 게 틀림없다.  잔인하고 현실과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 스토리 구조에, 어이없게 끝나는 결말 때문에라도 크게 실망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감독의 천재적인 감각과 뛰어난 연출력 탓인지는 몰라도 느리게 흐르는 붉은 톤의 몽환적인 화면과 기묘한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비트감 강한 음악이 긴 여운을 남긴다.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 관람 동안엔 잔인함과 끔찍함 때문에 몸서리 쳐졌지만, 오히려 관람을 마친 후엔 그 특유의 강렬함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채 계속 맴돈다.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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