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론 서바이버> 테러 울렁증 미국 특수부대의 영웅담

새 날 2014. 4. 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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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대로다.  지극히 미국적인 영상과 스토리다.  탈레반 소탕 계획인 작전명 '레드윙'에 투입됐다가 유일하게 살아돌아온 한 군인의 영웅담을 통해 미군의 용맹성과 미합중국의 위대함을 그리려 하고 있다.  테러 울렁증이 있는 미국의 대 중동 정책에 대해 평소 삐딱한 시선이나 선입견을 지닌 분이라면, 이 영화가 아마도 비위에 맞지 않아 역겨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영화를 그냥 영화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분들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정치색을 완전히 배제한 채 그냥 순수 영화로만 보더라도 실은 별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다.  때문에 영화 도입과 마지막 부분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레드윙 작전에 참여했던 실제 인물과 당시의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태로 올라온다.  이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정신을 쏙 빼놓는 역할을 톡톡히한다.  굳이 실화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장치 치고는 무척 요란한 감이 있다.

 

 

아프카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특수부대, 그들은 시시각각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해오는 탈레반이 영 성가시기만 하다.  어느날 탈레반 우두머리를 사살하기 위한 작전명 '레드윙' 계획이 짜여지고, 그에 따라 모두 다섯 명의 네이비씰 정예요원이 적진 깊숙이 침투하게 되는데, 산악 지대에 은신한 채 적의 동향을 살피던 그들 앞에 뜻밖의 사건이...

 

 

아프카니스탄 민간인들이 염소떼를 몰며 하필이면 미군의 은신처를 지난다.  이들에게 위치가 발각될 경우 탈레반에게 노출될 게 뻔한 일, 미군들은 이들을 붙잡아 사살할 것인지 풀어줄 것인지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이며 고뇌하다가 끝내 모두를 풀어준다.  물론 발각될 것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오는 데엔 예상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래식 무기로 무장하여 영 엉성하기만 할 것 같던 탈레반 부대 요원들이 그들을 둘러싼 채 제법 집요하게 공격해오기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은 다소 지루하다.  실재했던 사건이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기법을 영화 속에 삽입, 영상과 음악이 서로 따로 놀며 집중력을 흐려놓더니,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네이비씰 훈련 모습은 지루할 정도로 자꾸만 반복된다.  결국 실제 '레드윙' 작전이 펼쳐질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연신 터져나오는 하품을 참기에 급급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군이 적진에 투입되고, 탈레반에게 본격적으로 쫓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 분위기는 반전된다.  특히 처절할 정도로 야멸차게 공격해오는 탈레반은 매우 집요하다 못해 혹독할 정도다.  바위산에서 쫓기며 아래로 아래로 도망치는 미군들의 몰골은 처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온몸이 찢기고, 총알 세례에 이곳저곳 상처 투성이가 된 채 사선을 넘나들며 도망치는 장면 하나 하나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러 바위 위에 몸을 던져야 할 때도 있다. 

 

 

이렇듯 쫓기는 미군의 고통스럽도록 생생한 묘사가 아마도 이 영화의 백미 아닐까 싶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그만큼 탈레반의 잔인함을 도드라지게 묘사한 것일 수도...

 

미군이 마치 불사신이라도 되는 양 총알을 수십발 맞아도 죽지 않고 끝까지 맞서다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은 아무리 영화라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전사 군인에 대한 '영웅 만들기'의 전형 아닐까 싶다.  반면, 탈레반을 비롯 아프카니스탄인들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잔혹하게 묘사, 편견 심기의 속내를 내비치기도 한다.

 

 

과거 소련과의 냉전시기에 만들어졌던 미국 영화들로부터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련 악마, 미국 천사'의 노골적인 묘사에 비해 그나마 미국의 특수부대 UDT 네이비씰의 용맹성을 찬양하는 정도는 눈 감아줄 만하다.  아울러 '기-승-전-미국 만만세'로 끝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독 피터 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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