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논스톱> 문자메시지 자막 표현의 혁신

새 날 2014. 3. 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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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이란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물 덕분에 그의 영화속 비중이 대충 짐작 가능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큰 그의 역할 비중 탓에 마치 리암 니슨의 원맨쇼 한 편을 보고 온 느낌이다. 

 

항공기 테러는 액션 장르의 단골 소재로서 그간 다양한 형태로 선을 보여왔다.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 보지 않더라도 대충 어떤 식의 내용으로 전개될런지 쉽게 예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과거의 영화들과는 어떻게 다르며, 보다 진화한 영역은 또 어떤 부분인지를 꼼꼼히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뭐가 다른 걸까?  항공기 내에서의 통신망 해킹이란 독특한 소재와 우리에겐 낯선 영역이랄 수 있는 항공보안요원에 대한 얘기거리가 다소 이채롭긴 하다.  이쯤되면 차별화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다.  어찌 보면 좁아터진 항공기 내에서의 사건이란 게 엄연히 한정지어져 있고, 또한 항공기 폭발이나 비상 착륙과 같은 장면 연출 역시 기존의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 밋밋하며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분명하다.  아마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리라.

 

 

어린 딸을 잃은 뒤 버릇처럼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항공보안요원 빌(리암 니슨), 덕분에 그는 주변으로부터 알콜중독자에, 사생활이 엉망인 인물로 평판을 얻고 있는 와중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빌은 평소처럼 업무를 위해 항공기에 탑승하게 되는데, 이번 비행은 6시간 코스의 뉴욕발 비행기다.  그에게 의문의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온다.  빌의 휴대전화는 일종의 특수요원인 오로지 항공보안요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된 통신망을 활용한다.

 

때문에 1억 5천만 달러를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지 않을 경우 20분마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 중 한 명씩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는 결국 누군가가 해킹을 통해 보안요원들의 통신망을 뚫고 접속했다는 의미가 된다.  빌은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깨닫고 일단 모든 승객을 용의자로 판단, 협박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해 온갖 묘수를 짜보는데... 

 

 

액션과 스릴러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의자 헛다리 짚기의 반전에 반전 효과를 노린 탓인지, 아니면 배우들의 원래 얼굴 표정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튜어디스로 출연한 저 배우의 표정은 시종일관 관객들로 하여금 짜증과 불편함을 느끼게끔 하고 있었다.  만일 이조차 감독의 노림수였다면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저러한 표정을 지닌 채 실제 항공기 스튜어디스로 근무한다면, 정리해고자 명단에 진작 이름을 올렸을 것 같은 인상임엔 틀림없다.

 

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평상시의 행동과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지, 심지어 한 사람을 충분히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낙인효과의 집단 동조 현상마저 낳게 하는 모습을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빌이 주변인들에게 좋지 않게 비친 이유는 딸의 사망이 빚은 그의 일탈 행위들 때문인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러한 평판이 부메랑이 되어 그의 목을 겨눠 곤경에 빠뜨리게 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를 자막으로 처리한 화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덕분에 빌과 테러범간 서로 오고가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마치 빌의 휴대전화를 통해 함께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게 할 만큼 깔끔한 느낌을 받았으며, 덕분에 읽고 해석하는 일이 무척 수월했다. 

 

아울러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처리한 방식은 자막 때문에 자칫 극의 흐름을 끊는다거나 감상을 방해하는 일 따위 없게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가히 문자메시지 자막 표현의 혁신을 이룬 셈이자 모범 답안을 제시해준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항공기 테러를 소재로 한 액션 장르의 영화이기에 비록 CG로 만들어진 화면이라 하더라도 화려하며 긴박감이 느껴지는 웅장한 장면 연출을 기대했건만, 생각했던 만큼의 장면 등장은 없다.  실망스럽다.  영화 막바지에 비행기의 동체가 일부 폭발하면서 비상 착륙하는 장면이 살짝 연출되긴 하는데, 100% CG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굳이 어색한 화면을 통해 확인할 필요조차 없이, 상상 이상의 엄청난 물리적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이론 따윈 깡그리 무시한 듯한 결과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물론 편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오락 류의 영화들은 화끈한 액션이나 화려한 장면을 통해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게 분명 맞을 것 같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무래도 그저 그런 스토리에, 결코 화려하지 않은, 뜨뜨미지근한, 지루함 일색의 액션 장면들 탓인 듯싶다.  

 

때문에 무언가 화끈함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바라는 분들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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