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의원의 막말이 불편한 이유

새 날 2014. 4. 15. 08:49
반응형

김진태 검찰총장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4월 14일은 블랙데이였다.  왜 하필 블랙데이가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발렌타인데이로부터 화이트데이까지 이어지는, 연인들을 위한 기념일 시리즈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쓸쓸한 남녀에게 짜장면이나 먹으며 위안 삼으라고 만들어진 날이 아닐까 싶다.  알고 보면 참 씁쓸한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고위직에 계신 두 분의 동명이인께서 막말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블랙데이를 맞아 쓸쓸이 짜장면을 먹고 가뜩이나 심기가 좋지 않았을 국민들을 몹시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우선 검찰총장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이날 이를 취재중이었던 기자 등의 취재진들에게 김진태 검찰총장은 손가락질을 하며 "어이, 임마, 밥 먹고 나오는데 씨~"라고 했단다.  어이 상실이다.

 

ⓒ한겨레신문

 

또 다른 김진태 님이신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은 조금 더 우아(?)했다.  며칠 전 파주, 백령도 그리고 삼척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을 향해 "미치도록 친북이 하고 싶다. 너희 조국으로 가라"는 트윗을 날린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막말과 행동.. 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예상대로였다.  자칫 사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국정원의 중차대한 범죄를 결국 부실수사와 꼬리자르기 신공으로 마무리짓고 만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2차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일단락지으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기에 서둘러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막말과 행동은 아마도 이러한 연유 때문인듯 싶다.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뻔한 결과 앞에서 여론의 뭇매가 작렬할 것이란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탓일 게다.  정황상 윗선의 압력에 의해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가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하는 갑갑한 처지였을 테니, 그분의 심기가 어찌 불편하지 않았을 수 있으랴.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허나 검찰총장이라는 직위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로서의 행동 치고는 상황 여하를 떠나 매우 적절치 못했다.  적어도 취재진들에게조차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국민을 대하는 마음이 어떨지는 보지 않더라도 뻔한 일이다.  오히려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심하게 어긋나 버린 결과 앞에서 자중하고 있어야 함이 올바른 태도 아니었을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속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아무래도 입 때문에 언젠가는 화를 자초할 인물이다.  그의 막말이야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의 '무인기가 북한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탓하기에 앞서 무인기를 놓고 벌이는 정부의 무능함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애초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국방부는 대공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온갖 질책과 뭇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거나 핵탄두 투하와 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오히려 신뢰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 와중에 지난 11일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가 북한제와 북한 소행이 확실시된다고 자신있게 주장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결정적인 단서 없이 정황 근거만으로 섣불리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정부가 되레 무인기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만 셈이다.  덕분에 무인기 음모론이 나돌 만큼 이미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전적으로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천안함 사태의 시즌2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이 몇 가지 근거들을 이유로 북한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이러한 발언을 두고 '친북이니 북한으로 가라'는 등의 비아냥과 상식을 벗어난 막말을 퍼부은 사람이 잘못된 걸까? 

 

결국 선거를 앞두고 무인기를 빌미로 북풍을 일으켜 야권 전체를 종북 프레임에 가둬놓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치밀한 속내로 읽힌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정청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날이 시퍼렇게 선 언사들을 집중적으로 퍼부은 결과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김정은을 기쁘게 한다거나 의원직 사퇴를 거론한 이들이 있을 정도다.  오호통재라..

 

두 김진태 님, 반성하시길

 

선거가 다가오긴 했는가 보다.  모든 사건들이 선거에 맞춰지고 있다.  국기를 문란하게 만든 국정원의 간첩 증거 위조 사건처럼 위중한 범죄 행위조차도 부실수사와 꼬리 자르기를 통해 선거에 미치게 될 영향을 원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진두지휘의 선봉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때마침 터져준 무인기 사태는 새로운 북풍을 일으켜 특별히 손을 쓰지 않더라도 확대재생산되며 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차려진 밥상에 가볍게 숟가락만을 얹었을 뿐이지만, 이는 일파만파 논란과 논쟁을 부르며 점차 천안함 사태와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막말과 행동은 권력집단이 행하고 있는 무리수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생채기 현상 쯤으로 보이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망언은 다분히 계산된,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어쨌든 뻔한 그들의 속내가 모두 내비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네 심기가 불편해지지 않으면 외려 그게 이상할 테다.

 

두 분의 김진태 님께선 비록 블랙데이가 하루 지나긴 했지만, 모처럼 짜장면을 드시면서 자신들의 막말과 행동이 얼마나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까를 면발과 함께 곱씹어가며 깊이 반성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