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한민국과 터키, 두 형제국가의 서슬퍼런 위용

새 날 2014. 4. 2. 08:44
반응형

70년대, 그러니까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  때는 바아흐로 서슬 퍼렇던 유신정권 시절이었으니,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모 여자 탤런트 집 드나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이웃에게 떠벌렸다가 붙들려 유죄판결을 받았던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였어.  무려 37년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고 억울함을 풀었다더군.  이는 국민들 입에 재갈을 물렸던 박정희 유신정권의 잔혹한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싶어.  

 

ⓒ연합뉴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은 어느덧 위에서 언급했던 돌아가신 그분의 따님께서 하고 있고, 물론 난 이러한 결과가 여전히 황당하다 못해 참담한 심경이긴 하지만, 덕분에 지난 87년을 기점으로 체제화된 오늘날의 민주화가 그분의 망령에 의해 자꾸만 농락 당하거나 시험에 들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곤해. 

 

한 번 돌이켜 볼까?  일찍이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그리고 정부기관 등을 총 동원, 지난 18대 대선 당시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트위터 등을 통한 여론 조작질이 횡행해 왔고, 이젠 하다못해 간첩과 증거 조작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이잖아.  뭐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갖은 음모로 누명을 뒤집어씌운 채 찍어내기 하는 행위 따위야 비일비재할 테고..



비단 그것뿐이겠어?  여권과 정부는 일본발 방사능 오염과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해하는 마음 등을 괴담으로 규정, 이를 통제하기 위한 별도의 SNS 괴담 대응팀을 만들어가며 교묘한 여론 몰이에 힘써오고 있잖아.  지금이 21세기 맞는 거니?  이런 상황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내가 20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녕 21세기 안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난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국이 혼미한 형제국가 터키의 모습이 우리 사회와 자꾸 오버랩되어지더라.  터키는 6.25 전쟁 당시 네번째로 많은 군인을 참전시키며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잖아.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나란히 4강에 오르며 형제국가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고..  그런데 최근엔 두 국가가 다른 형태로의, 또 다른 우애를 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게 무얼까?

 

ⓒ연합뉴스

 

이번에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네.  그런데 이건 정말이지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는 거야.  최근 대규모의 소요사태 때문에 터키가 시끌시끌한 사실은 알고 있겠지?  아마 지난해 5월이었지 싶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광장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며 촉발된 시위가 반정부 성격으로 진화하여 오늘날의 대규모 소요사태로까지 번진 거잖아. 

 

에르도안 총리는 무려 1조 원대 규모의 부패자금 비리 스캔들에 연루되어 있었고, 최근엔 정부 비판을 막는다며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차단하는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지.  각종 비리로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며 여론의 향배가 상당히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강력한 여론 통제의 극약 처방이 효험을 발휘,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일궈내게 된 거야. 

 

여론 통제와 호도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은 누군가와 많이 비슷하지 않아?  비단 차이점이라면 우리의 여론 통제와 조작은 국가기관을 이용해 보다 은밀하며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터키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하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정도일 듯싶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단죄도, 이를 주도한 국정원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치러야 하는 6.4 지방선거, 때문에 난 대한민국이 형제국가 터키의 재탕 삼탕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