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경제민주화,동반성장 어디로? 승자독식 가속페달 밟나

새 날 2013. 2. 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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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통령선거 2차 TV토론회에 등장한 이정희 통진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란 조폭 팔뚝에 '차카게 살자' 새기는 일과 뭐가 다른가"라며 일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될 박근혜 당선인, 그리고 그녀가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안타깝지만 새정부 출범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경제민주화'가 국정목표에서 사라지고 개념 자체마저 유야무야되었으니, 과연 그녀에게 그에 대한 의지가 애초부터 있었던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워 해야 할 판이다.

 

동네 구석구석 대기업의 망령이

 

서울 신촌의 대표극장 '아트레온'이 지난 15일 문을 닫았다. 과거 '신영극장'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이 극장은 시대의 조류에 맞춰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며 이름을 '아트레온'으로 변경 운영해 왔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대기업 계열의 CGV로 옷을 갈아입게 된 것이다. 때문에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졌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일반 상영관 중 대기업 계열이 아닌 개인 운영의 극장을 신촌에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3년 현재 대기업 계열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의 멀티플렉스, 전체 19개관에서 4개관으로 크게 줄었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일반 상영관까지 포함하면 문을 닫는 추세는 쏠림현상이 더욱 심하여, 폐관된 40개관 중 개인 운영 관의 수가 무려 36개에 이른다.

영화라는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극장에서조차 이제 문화적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지 싶다. 오로지 자본의 논리만이 가득한 느낌이다. 어느 극장을 가더라도 모두 같은 브랜드, 같은 영화, 같은 모양 일색이다. 심지어 극장 내에서 사먹는 팝콘의 맛과 상표마저도 같다.

참고로 '아트레온'의 뒤를 잇는 CJ그룹 계열의 CGV, 최근 영화요금 인상을 주도한다.


애완반려동물 산업은 그 성장세가 뚜렷한 업종 중 하나이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대한극장 주변은 오래전부터 애완견거리로 유명하여 부근엔 애완견 가게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동물병원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그 근방을 지날 때면 애견과 동물병원 냄새가 코를 자극해 오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곳에서 동물냄새가 사라져 가고 있다. 점포 수도 전성기 때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오히려 더 번성하는 게 맞을 듯싶은데 이게 무슨 연유인 걸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다섯 집 중 한집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단다. 아울러 2010년 1조원대 수준에 불과하던 애완반려동물 시장이 최근 1조8000억원대까지 급성장하였으며, 2020년쯤이면 6조원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냄새를 맡은 대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편 동네 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들 또한 애완반려동물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각종 동물과 심지어 곤충 그리고 용품 등을 판매하다 보니 전통 애완견거리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부작용 당연히 있다. 자영업자들이 수십년동안 가꾸어오며 충무로를 서울의 명물 볼거리로 만들어놓았더니 하루아침에 망쳐놓은 주범이 바로 대기업들인 거고, 애견은 물론이거니와 사료 등의 관련 제품 가격 또한 잔뜩 올려놓아 반려동물인들에게 원성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 또한 이들 대기업이다.

동네 구석구석 대기업이 얼씬거리지 않은 곳이 없다. 일찌기 문제가 되어 왔던 동네 빵집부터 시작하여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까지, 그들이 손을 대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왜 겨울이면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과 길거리 포장마차도 모두 장악하여 프랜차이즈화할 일이지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난무하고 있지만, 우려하던대로 선거철 당시뿐이다. 자본은 다시 자본이 쏠린 곳으로 굴러들어와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고, 그나마 가진 것 거의 없는 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것마저 빼앗길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는 흡사 커다란 조직을 배경으로 갖춘, 온갖 무기로 무장한 조폭 일당이 조그만 동네에 나타나, 토종 양아치들을 무장해제시키는 꼴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심화되어가는 소득 양극화

 

최근 우리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지는 부의 쏠림 현상 부익부 빈익빈, 즉 소득 양극화가 실제 통계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그 골의 깊이가 시간이 갈수록 깊어가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135만 2000원, 상위 20%인 5분위 월소득은 774만 7000원이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전국 단위의 조사가 첫 실시되었던 2003년 5.31배에서 2012년 5.73배로 크게 확대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현상의 정도가 심화되어가고 있다는 뜻인 게다.

아울러 빈곤층일수록 가구주의 연령이 높게 나타나 점차 고령화사회로 진입해가는 우리에게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5분위에 해당하는 가구주의 평균연령이 48세임에 비해 1분위는 57.6세에 달해 그 차이가 10살 가까이 벌어지고 있고, 이 결과는 우리의 노년생활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바라 더욱 우려스럽다.

한편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층 비율은 이미 OECD 국가 중 최고다. 때문에 이미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이고, 가까운 우리사회의 미래 모습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인식과 정책이 미흡하여 오히려 소득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를 통계적 수치로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라 그저 씁쓸할 뿐이다.

 

성장만능주의를 경계한다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린다.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뼘만큼은 높아지고 국가의 경제적 지위도 상당 수준에 올랐다며 이명박 정권 스스로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일견 맞는 부분이 있을 것도 같다. 수출이 늘어나고 대기업들의 수익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유독 국민 대다수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인 걸까.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새 정권은 이명박 정권이 국민 대다수에게 좋은 평을 얻지 못한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국가 경제 규모를 제법 올려 놓았다지만, 국민들의 의견 따위에 귀 기울인 적 단 한 번 없고, 국민들의 복리는 철저히 외면하여 왔다.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행복수준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게다.

박근혜 당선인, 전 정권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이라도 한 듯 '국민 행복'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선거운동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박근혜정권이,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아니 오히려 보수 지향적 색채가 더욱 진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소득 불균형을 당장 해소할 만 한 분배의 개선은 힘들어 보인다.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최근 쏙 들어간 것만 봐도 그녀의 색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일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비롯한 사회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가계는 가계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양극화가 심화되어가고 있으며, 가계와 기업간의 불균형 또한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해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진입해가고 있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이들이 진공청소기처럼 자본을 모두 빨아들이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승자독식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최근 행보를 볼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선친의 업적인 성장만능주의에 빠져 이전 정권처럼 국민들의 복리는 도외시한 채 오로지 '국가'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국민들을 불행에 빠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신뢰와 원칙이란 단어는 벌써부터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걸까. 박근혜 그녀에겐 악몽이라 떠올리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 선거기간 중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의 경제민주화란 조폭 팔뚝에 '차카게살자' 새기는 일"이란 일갈, 곰곰히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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