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베를루스코니'라는 망령의 배회

새 날 2013. 2. 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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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 한 장이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 24일(현지시각)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투표소에 나섰다가 반나의 여성 시위대 3명과 맞닥뜨리게 된다. 몸에 'Basta Berlusconi (베를루스코니는 이미 충분하다)'를 새긴 채 그에게 돌진했던 이들 여성 시위대, 하지만 곧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잡혀 끌려가며 시위는 막을 내린다.

여전히 베를루스코니의 망령이 어른거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총선 개표 결과 하원에서는 중도좌파 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득표로 승리하였지만, 상원에서는 민주당의 과반 확보 실패로 안정적인 정부 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탈리아 의회 제도는 하원과 상원에 똑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양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상원은 지역 단위 비례대표제로서 의석 수가 많이 걸린 주에서 승리하는 게 유리하다. 실제 개표가 진행되며 베를루스코니의 중도우파가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득표수에선 민주당이 1%P 가량 앞섰으나, 의석 수에선 오히려 베를루스코니의 국민당에 패한다. 의석 수가 많이 걸린 주에서 질 경우, 전체 득표 수가 상대보다 많더라도 총 의석 수는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그 어느 당도 홀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최악의 경우 수 개월 내 재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마저 대두된다.



 

이러한 결과 예측에 따른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면서 세계 금융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친다. 뉴욕증시는 밤새 1.5%P 넘게 폭락한다. 이탈리아발 유로존 재정위기의 재발 우려 탓이다.


 

우리 증시 또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발 대외 악재 탓에 지수 2000선이 무너지기도 하였다. 베를루스코니라는 망령이 유로존을 뒤흔들며, 여전히 전 세계 금융 시장, 심지어는 우리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고자 어려움을 감내해내고 있던 이탈리아 국민들, 너무 지치기라도 한 탓일까? 베를루스코니의 포퓰리즘성 공약이 허튼 소리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그에게 표를 던져 주었다는 의미, 자못 심각해 보이기까지 한다. 혹독한 긴축안을 견뎌내는 일이 너무 힘든 나머지 한계 상황에 봉착했을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때문에 이탈리아에게 있어 이번 총선 결과는 정국에 불어닥칠 혼돈 상황과 함께 과연 국민들이 이번 경제난을 제대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의 시험대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각종 망언과 기행 그리고 망국적 포퓰리즘까지 선보였던 베를루스코니, 세계인들에게 끝까지 추한 모습을 남겨 그에 대한 기억을 보다 확실히 각인시키려는가 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재검표를 요구했단다. 이탈리아 총선 초유의 사태다.

그의 이번 총선에서의 활약(?)은 결국 몽니가 되어 이탈리아와 유로존, 나아가 세계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예상되기에 그냥 단순히 노망든 노인의 행동쯤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유럽엔 재앙이란 말이 현실화된 듯하여, 아울러 그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듯하여, 영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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