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그대가 멍청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새 날 2013. 2. 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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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현오의 싱글 앨범 제목이다. 물론 지금 이 분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동명이인인 전 경찰청장 조현오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거다. 법정 구속되어 수감되는 그의 모습 속에서 비록 그대가 멍청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여러 측면에서 조현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무를 완벽히 수행한, 나름 훌륭한(?) 인물이었노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뱉어낸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스스로 덩치를 키워가며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그의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고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역시나 예상대로 파급 효과는 엄청난 거 였다. 각 언론에서는 실체 없는 진실을 마치 진실인 양 대서특필하며 이를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고, 반대진영의 위치에 놓여있던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하며 함께 물어뜯기에 바빴다.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 분들은 그들에 의해 또 한 번 능욕을 당해야 했다. 결국 조현오는 스스로의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친 격이지만, MB의 충견으로써 어쨌든 그의 소임을 충실히 마친 셈이니, 그래.. 이제 장렬히 퇴장하는 거다.

비록 그대가 멍청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커다란 사회적 파장과 물의를 일으킨 그의 역할, 거의 완벽한 것이었으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조현오의 법정구속은 MB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신호탄이다. MB의 홍위병으로써 경찰청장까지 지냈던 그에게서 사실 법정구속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듯 최근까지만 해도 오만방자한 태도가 묻어나오고 있던 게 사실이다. 검찰에 불려가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에도 그는 오히려 떳떳한 사람이었으며, 피해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 유족들과 그 주변인들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든든한 뒷배경을 믿고 있었던 게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그를 모른 채 오만방자했던 그대가 멍청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양형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 혹시 아는가. 일반 국민이 되어 있을 그의 든든했던 배경, MB가 마중 나와 두부라도 한 모 안겨줄지...

사법부의 구형이 비록 MB의 퇴임을 고작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 별로 탐탁치 않고, 아울러 조현오 그에게 내려진 10개월이라는 양형 또한 매우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법정구속이라는 상징성만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조현오, 비록 그대가 멍청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악의적인 허위발언과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아 온 우리네 정치인들을 비롯 우리 사회에 제법 강력한 경종을 울리며 스스로 희생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비슷한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될 듯하다. 그러기에 조현오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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