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헐리웃액션, 무엇을 노렸나?

새 날 2013. 12.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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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외침에도 꿈쩍 않으며 아랑곳 않던 청와대가 특정 상황에서 오히려 과잉 반응을 보이며 돌변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여야간 대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그간 정치와는 일정 거리를 둔 채 국정 운영에만 신경 쓸 것처럼 립서비스에 공을 들여왔던 청와대다.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발언에 헐리웃액션 선보인 이정현 수석

 

그러나 실은 새누리당을 청와대 바라보기 상태로 전락시켜 식물정당화해 놓았고, 야당을 아예 국정 파트너로 인정조차 않고 있어 작금의 정치 실종 현상을 빚어온 측면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궁지에 몰릴 때마다 역으로 공세를 취하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모습은 한결 같다. 

 

명백한 부정선거로 치러진 18대 대선에 대한 불복 선언과 함께 보궐선거로 다시 대선을 치르자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은 불행했던 부친의 전철을 밟지 마시라며 던진 양승조 의원의 충고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격한 반응을 토해냈다.  

 

 

언제나 그래왔듯 역시나 이정현 홍보수석이 총대를 맸다.  다카키 마사오나 귀태 해프닝에서 봐왔듯 선친의 평가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번에도 여지 없었다.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만 하더라도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청와대가 양승조 의원으로부터의 선친에 대한 발언이 끝나자마자 득달 같이 달려들며 장 의원과 함께 한꺼번에 싸잡아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언어살인이니 국기문란, 선동조장을 위한 테러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같은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평소와는 달리 이정현 홍보수석의 격한 헐리우드 액션이 가미됐다.  때로는 울먹거리거나 때로는 노발대발하며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이는 과도한 충성심의 발로? 



헐리웃액션을 통한 노림수는?

 

청와대는 국정 컨트롤 타워다.  급박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함이 옳다.  대통령의 입을 대신하고 있는 홍보수석이 반대진영의 말 한 마디에 이렇듯 과도한 반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섞어가며 격분해서야 되겠는가.  설사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격앙됐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노출시켜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과도한 반응엔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감정에 호소하며 다시 한 번 보수세력의 결집을 꾀했으리라.  우린 얼마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종북몰이에 역이용했던 사례를 기억한다.  천주교의 시국미사가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첫 사례이기에 종북몰이는 이의 확산을 막고 불리한 정국을 일순간에 뒤집어보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청와대의 신호탄은 예상했던대로 보수단체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극우 보수세력의 총 결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에 의해 대한민국 전체는 졸지에 사상 검증과 종북세력 성토장이 돼 버렸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벌써부터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나서 시위를 벌였고, 이후 또 다른 보수단체들의 집단행동과 온라인에서의 극우세력들의 총 공세와 망동이 이어지리라 예견되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최근 고조돼가고 있는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들끓는 국민들의 요구를 다른 방향으로 교묘히 시선을 돌리고, 동시에 강력한 역풍을 몰고 와 반대 상황으로의 극적인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의 액션이 과도하면 과도할수록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효과 역시 더욱 커지리라 예상했으리라.

 

정치와는 자못 일정 거리를 둔 듯한 말을 하면서도 뒤에선 온갖 꼼수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청와대다.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선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뒤로 모른 척 물러서 있다가도 점차 수세에 몰릴 듯하면 버럭대장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면에 나서 대통령을 쉴드쳐 주는 게 하나의 패턴화된 모양새다.

 

박 대통령, 뒤로 숨지 말고 국민들 앞에 떳떳이 나서야

 

양승조 의원의 발언, 선친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으라는 충고가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까지의 박 대통령 행보가 그에 대한 해답이다.  다만 선례가 있듯 유독 선친인 박정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박근혜 대통령이기에 양 의원의 발언이 어쩌면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인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들은 예가 민감한 부위였던 점이 실수라면 실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쳐도 이정현 수석의 헐리웃액션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할 경우 그 만큼 자신들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자 그에 대한 발로다.  실종된 정치 복원은 미룬 채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놀음을 지속할런지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맞대면하는 일 없이 철저하게 보호쉴드에 가려진 채 신비주의 컨셉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슨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도 된단 말인가?   지난 10개월간 혼신의 노력을 다해 국민 행복을 위해 진력해 왔다던 이정현 홍보수석의 발언에선 그저 헛웃음 외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황망함이 묻어나온다.

 

뭐가 그리 두려워 자꾸 뒤로만 숨는 것인지 당췌 알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보호 장막을 거두고 자신을 선택한 국민들 앞에 떳떳이 나서야 한다.  이제 꼼수 정치는 그만둬라.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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