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서울대 수시 합격자 비율로 드러난 일반고 학력저하 현상

새 날 2013. 12. 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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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시 합격자 일반고 비율 크게 낮아져

 

2014학년도 서울대학교의 수시모집 선발 결과는 일반고의 심각한 퇴조를 알리는 경고음이자 바로미터였다.  서울대가 6일 밝힌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일반고 출신이 전체의 28.3%를 차지, 지난해에 비해 무려 9.2%p나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고와 과고 등 특목고 출신 합격자는 되레 7.1%p나 늘었다.

 

이러한 수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고교 다양화 정책은 고교 서열화의 대단원을 마무리지은 바 있다.  그 결과 일반고는 전체 고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서열 끝단에 위치, 점차 슬럼화되어가며 전체적인 학력 저하 현상마저 우려돼 왔던 게 사실이다.  결국 이번 서울대의 입시 결과는 그러한 우려를 수면 위로 드러낸 셈이다.

 

일반고 학력저하 현상

 

ⓒ한겨레신문

 

사실 일반고의 학력저하 현상 징후는 지속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교육부의 '서울지역 자사고 일반고 신입생 중학교 내신성적' 분석 결과 자사고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은 전체의 49.7%인 반면 하위 50%인 학생은 5.1%에 불과했다.  일반고는 상위 20%가 18.1%, 하위 50%인 학생은 50.7%에 이르러 중하위권 학생의 일반고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일보

 

지난 3월엔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지역 일반고 214곳의 2012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결과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일반고 재학생의 학력저하 현상은 이 통계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학생 3명 중 1명이 대입 수능 최하위권(7-9등급)에 속하는 일반고가 서울지역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전교생 3분의 1 이상이 언어 수리 외국어의 수능 3개 영역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학교가 모두 70개교로서 전체의 32.7%에 달했다.

 

ⓒ한국일보

 

그렇다면 일반고 선생님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일보가 지난 3월 일반고 재직 경험이 있는 고교 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8%인 816명이 '일반고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일선 교사들의 절대 다수가 일반고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한편 자신들의 자녀에 대한 고교 진학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녀가 중3이라면 어느 학교에 보내겠느냐'는 문항에 응답자의 46.6%가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사고를 택했으며, 일반고는 31.3%에 그쳐 교사들마저 일반고를 외면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교육부, 일반고 살리기 정책 포기

 

일반적으로 최상위권은 외고나 과고와 같은 특목고로, 상위권은 자사고로 빠져나가면서 일반고에는 중하위권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수업은 이들 다수의 중하위권 학생들이 주도하다 보니 분위기가 엉망이 되기 일쑤고, 때문에 그나마 소수에 불과한 상위권 학생들마저 그에 휘둘리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통제해야 하는 교사들, 갈수록 지칠 수밖에 없는 여건 때문에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이 돼버리고 만다.  한 마디로 악순환이다.



일반고는 이제 학력 저하의 수준을 넘어 슬럼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앞에서도 살펴본 여러 현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그의 징후는 뚜렷하다.  원인은 워낙 많은 요소와 변수들이 얽히고 설켜 딱히 어떤 한 가지 요인만으로 집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확실한 건 소득 양극화에 이어 학력 양극화 현상도 그에 비례해 점차 심화돼 가고 있다는 점 뿐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폐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지난 8월 13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시안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에는 이를 확정했다.  그런데 확정된 내용을 거들떠 보게 되면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방안'이란 표현이 무색해지고 만다. 

 

교육부는 일찌감치 일반고의 침체 현상 주범을 자사고로 지목했다.  물론 자사고가 일반고에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지만 자사고 제한만으로의 일반고 살리기는 애초 어불성설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고 슬럼화 현상은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그나마 이 방안마저 애초의 시안에서 180도 방향을 틀어버리고 만다.  자사고의 선발권을 제한하기로 했던 시안이 자사고의 반발과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에 떠밀려 오히려 면접권 부여를 통한 자사고의 선발권 강화 방향으로 둔갑한 것이다.

 

고교 서열화의 폐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교육부의 이러한 행태는 일반고 살리기 포기 내지 일반고 슬럼화 현상을 방조한다고 봐야 하는 게 맞겠다.  이쯤되면 교육부는 애초 일반고 살리기 따위엔 관심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교육마저 그 틀에 가두어 양극화를 고착화하려는 행위에 일조하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가뜩이나 혼란스런 교육 현장을 더욱 어지럽게만 할 뿐이다. 

 

아이들의 출발선마저 어른들의 기준에 맞춰선 안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도 고등학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를 그대로 둬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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