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장하나 의원 대선불복 성명에 발끈해선 안 될 이유

새 날 2013. 12. 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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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발언이 새삼 화제다.  별로 특별할 것 같지도 않은 한 초선의원의 발언을 두고 왜들 호들갑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은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만한 사안이라며 일찌감치 논란을 부추기는 듯한 모양새마저 취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 대선 불복 선언

 

장 의원은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를 부정선거라 규정짓고 대선 결과 불복 선언과 함께 내년 6.4 지방선거 때 보궐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다시 뽑자는 다소 발칙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한 번 살펴보자.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2천270개 트위터 계정으로 2천200만건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아울러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한 불법선거개입 등 현재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지난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는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  나, 국회의원 장하나는 '부정선거 대선결과 불복'을 선언한다.  박 대통령의 말 대로 본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을지 몰라도 국가기관의 불법선거 개입의 도움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게 됐다.  이제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뿐이다.  부정선거, 불공정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실현이며, 다가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총과 탱크를 앞세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사이버쿠데타로 바뀌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만일,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을 위한 민생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쓸 생각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음을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순응해 즉각 사퇴해야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읽어 보아도 구구절절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장 의원의 표현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정부기관들의 불법 개입에 의한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  혹여 국가기관의 파렴치한 개입이 직접적인 표로 연결되지 않았거나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손쳐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행위 자체가 엄연히 헌법을 유린한 행위이자 국기를 문란케 하여 우리의 민주적 질서를 어지럽힌 중차대한 범죄 행위이기에 그에 대해 행정부 수반이면서 부정선거의 최대 수혜자인 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다.

 

정치권의 너무도 흔해 식상하기까지 한 반응

 

그런데 장 의원의 성명 발표 후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먼저 발끈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건 역시 새누리당이었다.  유권자를 모독하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막장 드라마와 같다는 표현과 함께 심지어 장 의원의 발언을 쿠데타라 칭하며 의원직 사퇴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격한 속내를 토로했다.  아울러 민주당에게는 예의 대선 불복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민주당 대로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장 의원의 성명은 장 의원의 개인 생각일 뿐이며 당의 입장과 전혀 다름을 발빠르게 강조하고 나섰다.  자칫 여권이 파놓은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들까 하며 노심초사해 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입장이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허구헌날 역풍 맞을 일만 걱정하며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제1야당의 모습이 나의 눈엔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반응은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놓은 의원이 있어 주목된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다.  그는 장 의원의 발언을 빗대 체제 전복을 꿈꾸는 불순한 세력과의 관련성이 의심된다며 색깔론을 들이댔다.  "자유를 빙자하며 민주국가의 국기를 흔든 발언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며 규탄한다.  근자에 이석기 사건을 비롯해 박창신 신부나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보면 과거에 게릴라들이 치고 빠지는 수법과 유사하다.  체제를 전복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음모가 의심된다."며 그는 장 의원마저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장하나 의원의 성명에 발끈해선 안 될 이유

 

이번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유권자 모독 행위 표현은 우선 순위로 보았을 때 누구에게 들이대야 맞을까?  부정선거가 암암리에 저질러지고 있던 상황에서 그를 모른 채 현 대통령을 찍어준 51.6%의 유권자?  아니면 불법적인 선거 개입으로 인해 현 집권세력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전체 유권자?  둘 중 과연 누구에게 우선 순위를 둬야 맞는 걸까?  새누리당은 앞뒤 맞지도 않는 말로 국민을 현혹해선 안 된다. 

 

또한 장 의원의 성명을 막장 드라마라 표현하였는데, 국가기관이 총 동원되어 불법적으로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행위가 오히려 진정한 막장 드라마 아닌가?  애초 이러한 불법적 행위가 없었더라면 장 의원의 성명 발표 따위 있지도 않았을 테다.  결국 스스로 막장 드라마화를 유도한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아울러 종북몰이와 역풍 조장을 위한 대선불복 프레임 씌우기와 같은 정치적 술수는 이제 너무 식상하다.  색다른 전략을 짜낼 만큼의 창의력이 없다면 차라리 그만 두었으면 하는 게 나의 조그만 바램이다.

 

일찍이 집권세력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이 터질 때면 모두 '개인적 일탈'에 의한 행동이라며 발뼘해 오기 바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그 흔한 수법인 '개인적 일탈' 행위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엉망이 돼 버렸다는 대목이다.  수천 만건의 불법 게시물을 쓰거나 퍼나른 것도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었고, 검찰총장을 찍어내기한 정황 또한 일개 개인이 저지른 일탈 행위에 불과하단다.  그야 말로 소가 웃을 일 아닌가.

 

현 집권세력이 장하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쏟아붓는 융탄폭격은 말발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절대로 발끈해서도 안 된다.  왜냐면 장 의원의 발언 역시 '개인적 일탈'에서 비롯된 돌출 행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작 개인적 일탈 행위로 발끈하다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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