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부활, 역주행하는 우리 사회

새 날 2013. 12. 12. 08:04
반응형

대한민국 남성,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면 자동으로 예비군에 편성되어 최초 4년차까지 벗었던 군복을 다시 꺼내 입고 2박3일 동안 동원훈련을 받아야 한다.  다만 그 대상이 대학생일 경우 학교에서 받는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던 1971년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대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동원훈련을 면제한 지 43년만에 이를 부활시킨단다.  이게 웬 자다 남의 다리 긁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정치 분야로부터 시작된 과거로의 퇴행이 그야 말로 사회 요소 요소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모양새다. 

 

선친이 면제시킨 제도를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부활시키는 셈이라 묘한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 추진 주체인 국방부는 대학생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아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있어 왔으며, 지난 정권에서도 국방 분야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대학생 예비군 문제를 검토했지만, 교육부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어 오다가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그 배경을 밝혔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할까?  반대하던 교육부도 왜 이번 정부 들어서며 찬성으로 돌아서게 된 걸까?  대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없애야 할 만큼 무슨 급박한 이유라도 생긴 걸까?  국방부의 해명 대로 차라리 지난 정권 때 시행했더라면 괜한 오해 따위 불러오지 않았을 테다.  가뜩이나 유신으로의 회귀니 과거로의 폭주와 같은 원성이 자자한 상황에서 생뚱맞게 수십년전 사라졌던 제도를 다시 끄집어내니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난이 쇄도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현 정권은 때 아닌 종북몰이로 우리 사회를 이념 갈등의 광풍으로 몰아 넣고 있으며,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겁박하거나 새마을 운동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등 과거로의 회귀 움직임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양태로 표출돼 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젠 우리 사회 전체를 병영화하기라도 할 참인가?  과거 냉전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군사문화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을 잠재적 위협 대상인 북한 때문이라 해도 딱히 변명거리가 못 될 듯싶다.  김정은 체제를 맞은 북한 내부 속사정이야 뭐 그렇다손쳐도 전임인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놓았고, 바통을 이은 박근혜 정부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최악의 남북관계로 치닫게 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운운하고 있지만 북한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다분히 의도적인 대북 강경 정책 탓에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즉 현재 남북간 흐르고 있는 긴장 기류는 한반도 내에서의 공존과 평화보다는 대립을 선택한 과거와 현재의 정부 정책 기조 탓이 크다.  결국 이의 유탄이 대학생들에게까지 튀게 된 셈이다.

 

동원훈련을 통해 현 정부가 얻고자 하는 기대효과는 여럿 있을 듯싶다.  그중 가장 큰 효과는 우리 국방 능력의 산술적 뻥튀기다.  물론 2박3일 훈련을 통해 총 몇 번 쏜 것만으로 실전 투입 운운한다는 자체가 넌센스이긴 하지만, 어쨌든 국방부는 이번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실시로 당장 최소 50만명 이상의 실전 투입 가능 병력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며 너스레를 떨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효과는 병영 집체 훈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정권 유지에 필요한 보수적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나아가 정신 개조 시도마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자리를 빌어 단 한 명이라도 자신들이 원하던 의식화에 성공을 거둔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과거 대학 1년생을 대상으로 했던 병영훈련과 2년생이 그 대상이었던 전방 입소 훈련과 같은 냉전시기의 군사 문화마저 되살아나게 되는 건 아닐까?  아울러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교련복을 입은 채 학교에 등교하던 낯익은 모습과 학교 내에서 총 들고 총검술을 벌이던 살벌한 풍경을 또 다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가뜩이나 곳곳에 만연돼 있는 군사문화를 씻어내긴 커녕 오히려 이를 키우려는 현 정권, 그야 말로 과거로 폭주해 가는 우리 사회다.

 

선심 쓰듯 대선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반값등록금은 나몰라라 내팽개쳐지고, 자유를 잃은 채 동원훈련장으로 내몰리게 된 우리 대학생들, 이 정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생 노릇 해먹기도 참 어려워져 가는구나.  이를 어찌할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