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가 채동욱 사표 수리 보류한 진짜 이유?

새 날 2013. 9. 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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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채동욱 사태 후폭풍에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청와대 측에서 이번 사태가 이렇듯 커다란 반향을 불러오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던 눈치임에 틀림 없다. 

 

청와대, 채 총장 사표 수리 보류

 

13일 채 총장이 사표를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청와대가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와 정치권에서의 논란이 확산되자 이틀이나 지난 15일, 돌연 "아직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하지 않았다"라며 이정현 홍보수석의 입을 빌려 밝혔다.  

 

 

채 총장이 제출한 사직서는 13일 법무부를 거쳐 이미 안행부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사표 수리를 위한 정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에 뒤늦게 이뤄진 15일 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 발표는 애시당초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없던 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심 끝에 내놓은 비책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이 수석은 "지금은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며, 채 총장 사태가 정치 쟁점화돼 돌아가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몰아가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16일 오후에 잡혀있던 채 총장의 퇴임식 행사 또한 자동 취소된다.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한 이유는?

 

본인의 의사라기보다는 청와대와 외부의 압박에 의한 사의 표명인 것을,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사표 수리를 보류한다고 하여 자신들이 죽인 채 총장이 다시 살아돌아오리란 판단이라도 하고 있다는 건가?  물론 아닐 것이다.  분명 그의 복귀를 원치 않고 있다.  그동안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돼왔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카드를 꺼내든 건 또 무슨 속셈일까?

 

채 총장이 제출한 사표 수리를 보류한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이번 사태가 청와대가 주연으로 등장하여 벌인 공작이란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임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다.  아울러 평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일선 검사들의 검찰 내 동요와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 시기적으로 추석을 코 앞에 둔 시점이란 점도 감안한 듯싶다.  긴 연휴가 지나면 들끓던 반발 기류도 자연스레 수그러들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한국일보

 

시간 벌기 용도로도 제법 근사해 보인다.  시나리오대로 일이 착착 진행돼오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줄은 전혀 짐작도 못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청와대, 사표 수리를 보류해 놓고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 대한 대책을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후에 있을 3자회담도 고려했음직하다.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정치 쟁점화되어 민주당의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채 총장의 사직서를 바로 수리했더라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입장에선 3자회담을 통해 어떡하든 국정원 정국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꺼내든 나름의 고육지책일 듯싶다.



또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청와대 등의 공작에 의한 결과물이 아닌, 채 총장 개인의 도덕적 흠결에서 비롯된 윤리적 문제로 몰아가기 위한 꼼수도 한 몫 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퇴를 보류한 채 감찰을 지속하여 그의 의혹을 더욱 부각, 국민들의 시선을 다시 한데 모아 그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자신들이 배후에서 조작하지 않았음을 애서 감추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하지만 어차피 사퇴를 표명한 채 총장이 다시 돌아올 리 만무하고, 결국 사표 반려는 청와대의 쇼에 지나지 않음을 만천하에 드러낼 뿐이다.

 

치졸하다 못해 옹졸하기까지 한 청와대

 

채 총장의 사퇴 이전인 지난주 중반 이미 그에게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에 나설 것이란 의중을 밝혀왔고, 이에 채 총장은 "감찰이 들어온다면 임명권자의 뜻으로 알겠다"고 답하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그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한 마디 거들었다.  "법무부는 단독결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대한 일을 협의하지 않았다면 청와대가 허수아비라는 뜻이고, 그게 아니라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며, 채 총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접 만나 의혹을 부인하는 등 청와대 및 법무부와 여러 차례 접촉했던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민정수석실이 직접 나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증언도 있다.  결국 청와대 및 법무부가 극구 부인해오고 있지만 그들이 직접 채 총장의 사퇴를 종용해왔던 셈이다.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달부터 채 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고, 조선일보에 관련 정보를 넘긴 정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결국 조선일보의 채 총장 의혹 보도 출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란 의미이고, 이번 채 총장 사태를 기획하고 주도한 핵심이 청와대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 청와대의 사표 수리 반려 꼼수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청와대가 국정원, 조선일보 그리고 법무부 등을 동원하여 채 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을 제기, 그를 막다른 사지로 몰아넣고, 후폭풍이 거세지자 마치 자신들은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듯이 사퇴 반려라는 꼼수를 꺼내든 청와대, 치졸하다 못해 이젠 옹졸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사태, 혼외 자녀의 등장, 그리고 갖은 모략과 중상이 오고가는, 전형적인 막장드라마의 흥행요소를 고루 갖춘 느낌이다.  과연 이들이 벌이는 공작의 끝은 어떤 모습을 띄게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며, 속내는 무척 씁쓸할 수밖에 없지만, 때문에 이번 사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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