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사상초유' 남발이 위험한 이유

새 날 2013. 9.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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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박근혜 정권 진입 이후 사상 유례없는 이벤트들이 팡팡 터져주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스펙터클한 상황들 때문에 정말이지 온전한 정신을 갖고 버티기엔 힘에 부칠 정도이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사상초유'가 너무 흔해진 우리 사회

 

얼마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 그리고 이어진 구속,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 6일엔 멀티플렉스 상영관 메가박스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돌연 중단했다.  상영중이던 영화를 영화관 측에서 중단한 건 영화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 등이 집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지난 8월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 승인을 통과하였으나 우편향 논란을 일으키며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자 교육부가 결국 검정 교과서의 전반적인 수정 보완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정 통과한 교과서의 전면 재검토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작곡가 류재준 씨와 소프라노 임선혜 씨가 친일 음악인의 상을 받고 싶지 않다며 난파음악상의 수상을 거부, 결국 해당 상의 운영 주체인 난파기념사업회가 올해 수상자를 아예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초유의 사태다.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조선일보 및 눈에 보이지 않는 주변의 적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오던 채동욱 검찰총장,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던 그 패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꼼수(?) 카드에 굴복, 결국 1시간만에 자진 사퇴란 운명을 맞이했다.

 

조선일보가 뜬금없이 파헤친 혼외아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채 총장 사퇴까지의 일련의 흐름들을 살펴보게 되면 형식은 분명 자진사퇴란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모종의 세력이 그를 검찰 수장의 자리로부터 끌어내린 정황들이 엿보인다.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다.

 

 

국민들의 눈 따위는 전혀 의식 않는 듯한 박근혜 정권의 행태가 심히 우려스럽다.  자신들의 의중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여, 또는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라 하여, 사상초유라는 억지 감찰의 형식을 빌려 5개월만에 검찰 수장을 자리에서 몰아내는, 야만스런 행위를 목도해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실은 욕이 절로 나올 정도다.

 

왜 조선일보가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들고 나와야 했고, 어떻게 일개 신문사에 불과한 조직이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울러 법무부장관은 왜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은 검찰총장의 감찰이란 카드를 느닷없이 꺼내들며 사퇴를 종용한 것인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채 총장 사퇴 배경과 '사상초유' 좋아해선 안 될 이유

 

이번 검찰총장의 사퇴는 국정원 대선 개입이라는, 초유의 국기 문란 사태를 덮고 가기 위해 벌여왔던 일련의 과정에 대한 수순밟기 형식이 짙어 보인다. 



이제 마무리에 접어든 국정원 사태의 무마를 위해 대통령은 3자 회동을 통해 민주당을 불러 앉힌 다음, 어떤 식으로든 국정원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할 것이며, 이는 야당에겐 대여 장외투쟁에 대한 출구를 제시해주는 형식의 떡밥을 물게 하는 셈이고, 이를 이용 국정원 사태에 대한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 자리로 활용하려들 것이다.  채 총장의 사퇴는 이러한 기류의 사전 정지작업으로서 때문에 사상초유라는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급박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채 총장의 사퇴는 검찰총장을 자신들의 사상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교체하여 정치권의 헤게모니 장악에 이은 사법부의 장악까지, 모든 영역에 대해 일관된 형태를 갖추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자 의중으로 읽힌다.  

 

'사상초유'를 남발하고 있는 현 정권, 유신시대의 회귀라는 세간의 평가에 너무도 걸맞는 행태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기사 '사상초유'로 국정원의 힘을 빌려 정권을 잡아 '사상초유'로 이의 무마를 시도하려니 '사상초유'란 무리수가 남발될 수밖에...  

 

지금처럼 '사상초유'를 계속해서 남발했다가는 박근혜 정권, 선대인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시대를 뛰어넘는, '사상초유'의 야만 정권이란 불명예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  '사상초유'를 너무 좋아해선 안 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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