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후폭풍, 되려 독이 됐나?

새 날 2013. 9. 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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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의 여진이 제법 큰 파동의 형태로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다.  하기사 보편적이며 상식적인 수준의 사고를 갖춘 이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상태에서 터진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인지라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거세지는 후폭풍

 

우선 수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동시에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을 검찰 조직의 동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검찰 조직 내부에서의 동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이 13일 심야 회의 진행 후 "채동욱 총장의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렸으며, 14일엔 대검찰청 간부인 김윤상 감찰1과장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부당한 감찰 압박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은재 미래기획단장 또한 황교안 법무부장관 비판의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검찰 조직의 동요 차원을 넘어 반발 기류마저 읽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도 쓰나미급의 파장이 몰아칠 기세다.  야당은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이 관철된 사안이란 판단 하에 국회 법사위 소집을 요구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당장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15일 오전 11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 사태 및 3자회담 참석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는데, 현재 당내 강경 기류가 워낙 강해 최악의 경우 3자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며, 때문에 회담이 정상적으로 개최된다 하더라도 성과 기대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3자회담을 통해 국정원 사건을 종결지으려던 청와대에겐 악재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이번 사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청와대는 언제나와 같이 침묵 모드이다.  물론 예상했던 대로다.  정작 입을 열어야 할 상황에서 꾹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한결 같다.  청와대의 긴 침묵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걸까?  

 

속속 드러나는 채동욱 사태의 배후 정황들

 

대다수의 사람들, 채 총장의 사퇴 이유를 단순히 조선일보 보도에 의해 불거진 의혹 때문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주된 개입과 국정원, 법무부 그리고 조선일보 등의 치밀한 조력 하에 얻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정황상 말이다.  그러나 혹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지 싶다.  "채 총장이 떳떳하다면 굳이 왜 사퇴를 결심해야 했을까?"  "자진사퇴는 곧 채 총장 스스로 의혹을 인정하는 셈 아니겠는가?"  라고...

 

ⓒ서울신문

 

그렇다면 14일 보도된 동아일보의 관련 기사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해당 기사에 따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일주일 전부터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권고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주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 사퇴를 설득하였으며, 더불어 대검찰청에 두 차례 채 총장 감찰 요청 지시를 한 바 있으나 대검이 이를 모두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법무부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원인이 없는 결과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의혹 보도를 막 터뜨렸던 그 시기, 그와 거의 동시에 법무부장관이 이 의혹을 채 총장의 목에 들이대며 사퇴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과 법무부장관 그리고 청와대 사이의 균열 발생은 이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제법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있을 법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금지 지시를 내린 바 있으나 채 총장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6월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관철시키게 된다. 



이후 국정원 사건은 일명 국정원 정국이라 불리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라 거대한 촛불의 물결로 이어졌으며, 급작스런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가 됐다.  당시 청와대가 불편해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으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때문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청와대의 입장에서 볼 때 채 총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으리란 건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 또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비단 '사상초유'라는 어휘가 주는 언어적 느낌 때문만이 아니다.  황교안 장관의 감찰 지시가 떨어질 당시 정작 감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법무부 소속 감찰관이 해외에 체류중이었다는 언론 보도에선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렇기에 오히려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에 앞서 조선일보가 왜 이 시점에서 뜬금없는 의혹을 들고 나왔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언론사가 하필이면 왜 조선일보였는지의 이유와 채동욱 총장이 자신의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대처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이 감찰이란 사상 초유의 도구를 그에게 들이밀면서까지 사퇴를 종용할 수밖에 없었는지의 해명이 우선되어야 할 듯싶다.

 

불씨 꺼져가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되살리나

 

얼마전 있었던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 우린 당시 김기춘이란 인물이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기이한 현상을 바라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그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매우 불길하며 묘한 기운과 기억들 때문에 공안통치의 서막이니 유신의 부활을 떠들어댔었다.  하지만 이번 채 총장의 사퇴 건을 바라보며 비서실장 자리에 왜 그가 앉게 되었는지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번 사태 역시 치밀한 사전 공작에 의한 작품이란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이번 사태가 결코 우연히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 아니란 것을 직감하게 된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덮기 위한 수 차례의 공작이 착착 진행돼와 성공을 거두었고, 종북몰이를 통한 헤게모니의 장악으로 이젠 거의 손 안에 잡힐 듯 사정권 안에 들어온 국정원 사건, 마무리만 잘하면 완전히 덮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충만해진 상황, 야권이야 3자회담을 통해 살살 구슬려 출구 전략을 만들어주면 그만일 테고, 결과적으로 눈엣가시였던 검찰총장의 교체가 마지막 수순이었던 셈이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태를 무마시키기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공작 행위를 차근차근 진행해온 셈이 되며, 오로지 자신들의 허물을 덮어버리고 정권의 정통성을 스스로 세우려는, 완전범죄를 꿈꾸는 과정에서 불거진 채동욱 총장 사태,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된 느낌이다.  3자 회담을 통한 야당 회유도 힘들 듯하다.  결국 국정원 사건을 완전히 덮어버리려는 주도면밀한 계획에 있어 막판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셈이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다.

 

 

검찰총장의 임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때문에 총장에게 직무상 흠결이 있거나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 교체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와 방법에 의한 임면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치졸한 방식의 공작은 결국 자충수가 되어 자신의 목을 겨누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한 진위 여부, 아직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상식적인 사고력을 지닌 국민들이라면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채 총장 사태 덕분에 희미해져가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오히려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당국의 제대로된 해명과 조치 그리고 사과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만약 이번 사태마저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듯 넘기려 한다면,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나 결과 따위가 없다손 쳐도 향후 박근혜 정권에게 있어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이며, 때 이른 레임덕 현상마저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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