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요" 길거리 쓰레기통 늘려주세요

새 날 2013. 7. 19. 08:18
반응형

며칠 전의 일입니다.  길을 걷다가 나중에 버릴 요량으로 작은 쓰레기들을 손에 쥔 채 이동 중이었습니다.  순간 평소 집 주변의 인도에 설치되어 있던 쓰레기통을 떠올렸으며, 비록 한참을 걸어야 하긴 했지만 쓰레기통이 있다는 확신에서 이곳에 버릴 심산으로 쓰레기를 끝까지 들고 걸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 분명히 그 자리에 있던 쓰레기통이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황망함이란...  어쩔 수 없어 집까지 쓰레기들을 고스란히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야속한 속내를 숨기긴 어려웠습니다.

 

줄어드는 길거리 쓰레기통

 

1995년 1월부터 시행된 쓰레기종량제는 우리의 생활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쓰레기통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부분일 것입니다.  쓰레기 종량제의 취지가 자신이 생산해낸 쓰레기는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또 지저분한 쓰레기통으로 인해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측면이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단 우리의 후진적인 시민의식 때문이란 이유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느낌입니다.  즉 종량제로 인해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여보겠노라는 취지로 집안의 쓰레기들을 모아 길 위의 쓰레기통에 한꺼번에 버리는 얌체족들이 늘어났고,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란 추측 아닌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쓰레기통을 함부로 사용하는 기본적인 매너나 의식 또한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열악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거리 위의 쓰레기통이 대부분 없어진 것이고, 이로 인한 불편함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져 우리 모두가 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길거리 쓰레기통의 갯수는 199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와 2007년엔 절반 이하까지 줄었습니다.  그러다가 시민들의 불편함 호소로 인해 근래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고 있는 불편함으로 비춰볼 때 길거리 쓰레기통의 갯수가 여전히 태부족한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쓰레기통 수를 2009년까지 70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가로휴지통 개선 추진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걸어서 3분 내외인 230m마다 쓰레기통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인데,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 중 길거리 쓰레기통이 단 한 개도 없는 구도 있었습니다.  서초구입니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강남구의 쓰레기통 수가 가장 많았다는 부분이 고무적이긴 합니다.  이 통계를 보니 자치구의 정책에 따라 쓰레기통 수의 편차가 꽤나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리 위에 휴지통이 없으면 미관상 확실히 좋을 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깨끗할 것입니다.  아울러 쓰레기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행정 당국의 노력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겠고요.  하지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소한 쓰레기들을 그때 그때 길 위에서 처리하지 못함으로 인해 겪는 불편함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들로 몸살 앓는 거리

 

아무리 쓰레기량을 줄이려 노력한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생활쓰레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흡연자들을 예로 든다면, 아마 담배 꽁초 쯤이 될 수 있겠군요.  물론 시민의식이 투철한 분들께선 일일이 이것들을 모아 가방 등에 별도로 보관했다가 집으로 되가져온 후 처리하면 되는 일이니 크게 불편한 일이 아니라 할 순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시민들이 그처럼 투철한 의식을 갖춘 것이 아닐진대, 때문에 쓰레기통 없는 길거리에 그냥 버려지는 일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실제로 누군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신 후 빈 통을 지나던 길가 한 곳에 버렸다 칩시다.  잠시후 그곳은 비슷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게 되곤 합니다.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이곳에 버려도 되는구나 싶은 묘한 심리가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 실상 투철한 시민의식을 지닌 분들이 보편적이지 않기에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원순환연대가 2007년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시민 310명에게 쓰레기 무단 투기 이유를 물었더니 114명은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서"를, 79명은 "쓰레기통을 찾던 중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이 있어서"라는 이유를 택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길 위에 휴지통이 있다면 어떠했을까요.  통계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일단 웬만한 시민들은 그곳에 쓰레기들을 버리려 노력할 것입니다.  비록 지저분한 모습으로 버려지고, 음식물 쓰레기 등도 함께 버려져 휴지통의 외관이 지저분해지고 냄새마저 풍겨올지라도 말입니다.  그나마 쓰레기통 주변이 쓰레기들로 인해 지저분해지는 것과 쓰레기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들이 무단 투기되어 지저분해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 생각됩니다.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려주세요

 

쓰레기통이 없다고 하여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아무리 담배꽁초 무단 투기 등 행정 당국의 단속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많은 곳에선 암암리에 쓰레기들이 무단 투기되어지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이 없다는 이유가 분명 한 몫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당장 급히 처리해야 할 쓰레기들이 언제곤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이를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거리 위에 쓰레기통을 늘려주세요. 

 

일부 얌체족들의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건 참기 어려운 일입니다.  도시 미관을 생각한다면 쓰레기통에 디자인 개념을 적용시켜보면 어떨까요?  파렴치한 행위와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면 쓰레기통을 투명하게 처리하는 방안은 또 어떨까요?

 

물론 쓰레기통을 설치하게 되면 이에 따른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에 드는 비용과 품이 추가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지자체의 입장에선 시민들의 불편함 해소를 가장 우선순위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들의 후진적인 의식만을 탓하며 거리 위의 쓰레기통을 모두 철거하는 단순한 발상보다는 쓰레기통의 기능과 외관을 개선하고 조금 더 관리에 신경 써가며 시민의식이 서서히 바뀌기를 기대해보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