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역사상 가장 높다던 국격은 어디로?

새 날 2013. 7. 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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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시절 대통령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수 있었던 단어 중 하나는 바로 "국격" 아니었을까 싶다.  임기 내내 국격을 입이 닳도록 운운해왔던 MB, 퇴임을 앞두고선 "지금보다 국격이 높았던 때는 우리 역사에 없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자화자찬마저 늘어놓는다. 

 

 

그럼 그가 언급한 국격 상승 요인을 살짝 살펴볼까?  가장 먼저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의 변신을 꼽고 있다.  3년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여 전후 독립한 국가 중 최초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단다.  다음으로는 해외봉사단 확충을 꼽는다.  해외봉사단을 2년전 민간과 합쳐 "프렌즈코리아"로 브랜드화하고 세계 오지에 나가 헌신적인 봉사를 펼치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한류 열풍도 잊지 않았다. 가수 싸이 등이 일으킨 돌풍 또한 국격 상승에 크게 일조했단다.

 

MB가 직접 꼽은 요인들이 실제 우리의 국격을 어느 정도 올려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국격이란 게 사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형태라 구체적인 수치 따위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국격, 높은 거 맞아?

 

한편 지난달 30일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비롯 38개국의 재미 공관에 대해 전방위로 도청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이며 수세적인 대응 방식 때문에 두고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국 대사관이 도청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강력 항의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는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며 공식 대응을 자제하다가 뒤늦게 외교채널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했는데도 그에 따른 공식 논평이나 항의조차 못하는 국가,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의 높아졌다던 국격은 과연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지난 6일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기 사고, 이의 분석을 둘러싸고 조사를 맡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원인을 자꾸만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 우리와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은 연일 계속되는 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종사 과실에 대한 언급만을 주로 쏟아내고 있으며, 외신들 또한 이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너무도 뻔하다.  조종사 과실이냐 아니면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기체 결함이냐에 따라 양국의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한 노력보다는 우리에게 불리한 조종사 과실로 자꾸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나기 사고 수습과 관련하여 이렇듯 미국에 끌려다니다시피 하며 우리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속 쓰린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사가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조롱하는 듯 엉터리로 소개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현지 지역방송 KTVU는 12일(현지시간) 사고기 조종사들의 신원을 공개한 당국의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흉내내어 만들어낸 듯한 엉터리 이름을 실제 이름인 양 소개했다.  

 

착륙사고 당시에나 발생했을 듯한 일련의 상황들을, 영어가 능숙지 않은 아시아인들의 발음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중국어 억양에 맞춰 표현함으로써 일종의 인종차별적 비하 방송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MB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 마지 않던, 우리의 높아졌다던 국격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한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들처럼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게 과연 높아진 국격인 걸까?  아니면 항공기 사고의 원인을 실체적 진실 파악은 도외시하고 우리의 의사는 무시당한 채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며, 방송을 통해선 조종사들에 대한 인종 차별적 조롱을 일삼는 일련의 행위들이 과연 국격 높아진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국격 깎아내리는 일련의 행위들

 

증명할 방법 요원하지만, MB 정권시절 실제 국격을 한껏 높여 놓았다고 인정해보자.  그러나 우리는 그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처에서 국격 까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경찰이 부룩클린 일대의 마사지 업소를 급습하여 불법으로 성매매하던 한국인 등 19명을 체포하고 불법영업을 한 마사지업소 12곳을 적발했단다.  체포된 이들의 대부분은 불법체류 중인 여성들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뷸법인신매매 조직과의 연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수사할 방침이란다.

 

이런 국가적 망신을 저지르고 다니니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 따위 좋아질 리 만무하다.  국격 떨어지는 소리가 이곳 이억만리 떨어진 곳까지 절로 들려오는 느낌이다.

 

하기사 이런 행위의 원조 격이자 진원지에 해당하는 사건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벌어졌던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다.  성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위상을 한껏 높이고 국격은 두 뼘쯤 떨어뜨린 전대미문의 사건, 하지만 현재 그의 거취와 수사는 오리무중 상태다.  이렇듯 미국에서의 잇따르는 추문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적 이미지와 국격마저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에 대해 정확히 그 만큼의 대우를 받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윤창중 사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이미 빛이 바랬다.

 

 

그런데 국격 떨어뜨리는 일은 비단 미국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엔 국내 종합편성채널 방송사 중 하나인 채널A가 저지르고 말았다.  가뜩이나 종편들의 역사왜곡과 막장방송 행태로 인해 국민들의 심기가 영 편치 않았었는데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로 인해 사망한 중국인 학생과 관련한 진행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빌미가 되었다.  뒤늦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얻은 성과로 한껏 고무되어 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음은 물론, 중국과의 우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

 

우리 스스로의 처신 잘못으로 인해 떨어진 국격이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치자.  하지만 미국의 오만방자한 최근의 태도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다.  우리에 대한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행위에 대해 미국은 전정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오바마의 지지도는 연속적인 하락 추세에 놓여있다.  이번 도청사건과 같은 인권 유린 행위 때문이다.  그를 지지한다는 비율은 고작 44%, 반대한다는 비율 48%보다 낮은 상황이다.  의미심장한 수치다.

 

아울러 아시아나 사고기의 사고 원인 조사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해 놓은 채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측의 입장을 반영한, 보다 객관적인 원인 조사를 요구한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  KTVU의 인종차별적 조종사 조롱 건에 대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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