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노무현 추모제, 서울광장을 들썩인 노래 하나

새 날 2013. 5. 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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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지 벌써 네번째의 해가 지나고 있습니다.  5월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그분을 기리는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곤 합니다.  서울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서울추모문화제"의 형태로 개최되었습니다. 

 

석가탄신일 연휴 첫날부터 이틀에 걸쳐 운전에 시달린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피곤함을 무릅쓰고 집사람과 함께 추모문화제에 다녀왔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비록 행사 도중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작년까지 한 해도 거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노란 티셔츠를 갖춰 입은 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띠었고, 그들의 손엔 노란 풍선과 바람개비 한 개씩이 들려 있었습니다.  가족과 연인 또는 친구들끼리, 남녀노소 불문 수 많은 시민들이 일찍부터 나와 행사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슬픔은 가라앉고, 그 슬픔들을 다른 형태로 승화시켜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들의 차분한 표정에서 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후 6시 30분 공식 행사에 돌입하며 노래 한 곡을 제창합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전날 있었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제창을 무산시키며 반쪽짜리 행사로 만들어 버리고, 5.18 정신을 폄훼하려는 정부의 시도 때문에 수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21세기 시대 상황과 전면 배치되는, 노래 하나 마음껏 부르지 못하게 하는 가슴 아픈 현실, 바로 그 노래를 추모제 시작과 함께 모든 행사 참석자들이 주먹 불끈 쥐며 목청껏 함께 부른 것입니다.  광주에서의 홀대를 이곳 서울 한복판 광장에서 씻겨 내리기라도 하려는 듯 참석자들의 목엔 제법 힘이 들어 있었고, 주먹을 움켜 쥔 손엔 핏줄이 잔뜩 성을 내며 불끈 솟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5.18 정신과 민주화의 의미를 왜곡하고 퇴색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짓밟힌 민의는 들꽃처럼 이곳 저곳에서 꼿꼿하게 살아나 더욱 두렷해져 갈 것입니다.  광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다면, 서울, 대구, 대전, 제주 등 전국 각지 어디에서든 더욱 큰 목청으로 부를 것입니다.

 

오히려 외면과 탄압, 훼손이 강해질수록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상징하는 의미와 생명력은 커져가며, 국민들 가슴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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