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생지옥 길 고속도로, 통행료가 아깝다

새 날 2013. 5. 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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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석가탄신일이었어요.  대충 짐작은 했더랬습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야외로 떠나는 행락객들의 차량과 석가탄신일에 절을 찾는 불자들의 차량 행렬이 한데 엉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는,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생지옥과 같았던 고속도로 정체 현상

 

330k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무려 11시간이나 소요된, 최악의 교통 체증을 몸소 겪어야 했습니다.  수도권을 벗어나는 데에만 6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아침 7시쯤 출발한 차는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은 물론 제가 직접 했습니다.  장시간 같은 자세에서 비롯된 아픈 허리 달래며, 무거워 절로 감기려는 눈꺼풀 억지 유지하고 긴 꼬리 물고 서 있는 차 안에서 12시간을 버텨내는 일, 보통 힘든 상황이 아니지요.  하지만 땅 덩어리 좁고 인구밀도 높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나 자신을 탓해야지, 그 누굴 탓하리오.

 

이렇듯 차 안에서 생지옥과 같은 경험을 즐기고 있는 사이 문득 엉뚱한 생각 하나가 스쳤습니다.  도로 위에서 엄청난 시간 허비하며 연료 낭비하고,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차량들 틈 사이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가겠노라 발버둥치며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텐데, 이러한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면서도 "왜 그 비싼 통행료는 전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의 성격이 다소 다중적이긴 합니다.  이미 시설된 교통시설에 대한 원천 자금 조달이란 근본적 취지와 함께 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비싼 통행료를 통해 차량 운행에 대한 욕구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이긴 합니다만, 저를 포함한 많은 운전자들, 비싼 통행료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차를 이용해 고속도로를 내달려야 할 나름의 피치 못할 사정들이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미흡한 교통 인프라도 단단히 한 몫 하는 것이겠고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과거에 비해 확실히 운전자들을 배려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졸음 쉼터라는 시설을 곳곳에 배치하여 졸음운전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었고, 중간중간 차선 밖으로 벗어날 때마다 타이어를 통해 소음이 올라오게 하여 졸음운전에 경고 신호를 보내오는 장치 또한 꽤나 괜찮은 아이디어인 듯했습니다.

 

  형편없는 서비스, 통행료가 아깝다?

 

하지만 고속도로 이용의 가장 궁극적인 이유, 빠른 이동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든 것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지요.  이용하고 싶다기보단 어쩔 수 없어 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고속도로, 이용자 수 폭발로 고속도로 곳곳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운전자들이 넘쳐나니 한국도로공사는 통행료를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벌어들이며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을 것입니다.  반면 고속도로 서비스의 주체인 고속도로 이용자들, 도로 정체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질 낮은 서비스를 그들로부터 제공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지방국도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개인들이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이니, 형편없이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더라도 그저 달게 받아들이고 모든 통행료를 그대로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 걸까요?  지금의 교통 인프라만으로 고속도로의 이용 없이, 우리나라 구석구석 원하는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요?

 

때문에 매우 극심한 도로 정체로 인해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될 경우 통행료 면제나 할인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례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여 소통이 원활할 때의 정상적인 상황에 비해 집중된 차량으로 인해 속도가 현격히 줄어 단계별 기준에 미달할 때마다 할인율을 달리 적용시켜 운전자들에게 보상해 주는 방식입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적용은 이를 역이용하려는 이용자들로 인해 자칫 고속도로 이용 수요를 오히려 늘릴 수도 있을 테니, 엄격한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만일 엇그제와 같이 엄청난 교통 정체로 인한 시달림 때문에 얻은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달픔에 의해 녹초가 되어 있을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내지 할인이란 뜻밖의 선물을 안겨 준다면, 그나마 운전 중에 쌓인 피로를 한꺼번에 가시게 해주는 묘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의 시행이 여건상 정 어려운 일이라면, 가끔 이벤트성으로나마 한 번씩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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