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꺼져라 멍청한 부자놈아"

새 날 2013. 1. 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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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지가 뽑은 한 기사의 제목이다. 무척이나 저돌적이다. 이는 프랑스 최고 부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유럽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그룹(LVMH) 회장의 벨기에 행을 빗댄 표현이다. 심지어 '부자 머저리'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과격하게(?) 느껴질 정도의 표현을 써야만 했을까.

무려 44조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 최근 55억 파운드(우리돈 9조3000억원)의 재산을 벨기에로 옮겼단다. 이에 앞서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하자 그는 얼마후 벨기에 국적을 신청, 현재 벨기에에서 국적 변경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프랑스 사회의 시선은 매우 따갑기만 하다. 국민들의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얼까.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높은 상속세 때문이다. 프랑스의 상속세율은 무려 60%, 벨기에는 고작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해 보인다. 비단 상속세뿐만은 아닌 듯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현재 올랑드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증세, 일명 '올랑드 세법'을 회피하고자 하는 꼼수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주변의 반응이다.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부자 증세를 추진하면서 연 100만 유로 이상의 돈을 버는 고소득자에 대해 최대 75%의 세율을 부과하는 '부유세 법안'을 가결시켰다. 물론 현재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이긴 하지만, 자신의 프랑스 내 지지율이 바닥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공약인 이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는 그이기에, 보완하여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금으로선 우세하다.

문제는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뿐 아니라 프랑스 내의 고소득자와 저명 인사들마저 이웃나라인 벨기에와 영국으로의 잇단 '세금 망명'이 이뤄지고 있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는 거다. 이쯤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나라 프랑스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아르노 회장의 행보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의 미국 부자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 더욱 도드라진다.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등 미국 억만장자 20명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상속세율을 대폭 올려 세수를 확보,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 해소를 제안하였단다.

돈이 없으면 그의 부족함 때문에 고민스럽고 스트레스 받는다지만, 돈이 많으면 또 많은대로 그를 움켜 쥐고 관리하느라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 어디선가 주워 들은 적이 있다. 막연하게나마 내게도 돈이 저들만큼, 아니 저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면 - 물론 여기서의 일정 수준이란 것도 참 답이 없기는 하지만 - 세금에 대해 인색해지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실상은 무한 욕심이란 인간의 본성 때문에 오히려 더 끌어 안고 놓지 않으려 할 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루이비통 회장의 행보가 일면 이해 가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세금 망명'에 심지어 국적마저 바꾸려 하는 그의 행태는, 비록 다른 나라의 일이라지만 참 뭐라 할 말이 없게 한다. 때문에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미국 부자들이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더욱 커 보이는 거다.

한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올랑드가 나타나 프랑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부자 증세를 실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듯한데.. 과연 나만의 생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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