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축구의 나비효과

새 날 2013. 1. 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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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아프리카 축구의 맹주 중 하나입니다. 한때 '아프리카의 브라질'이라 불릴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기도 하거니와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지난해 2월 이집트의 포트사이드 구장에서는 홈팀 ‘알마스리’와 라이벌 팀 카이로 ‘알아흘리’의 경기가 있었구요. 이후 홈팀 팬들이 상대팀 선수와 팬들을 공격해 74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집트 법원은 최근 이 폭력사태 관련자 21명 전원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30년간 통치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를 시민혁명에 의해 몰아낸 이집트 국민들.. '아랍의 봄'이라 불리며 중동과 아프리카에 밀어 닥친 도도한 시민혁명의 물결은 결국 이집트의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파고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후 이집트 제5대 대통령 권좌에 오른 무함마드 무르시, 그는 무슬림형제단 소속으로, 강경한 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선언하며, 사실상 민주화에 역주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새 헌법을 발표했으며, 이는 여성과 소수 종교인에 대한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의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반면 실업률은 크게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시민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 국민들의 높았던 민주화의 열망은 무르시 대통령의 역주행으로 인해 계속 쌓여만 가던 반감이 모여 결국 격한 시위를 불러 일으켰고, 공권력과의 충돌을 일으켜 유혈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필 이 시기에 내려진 법원의 축구장 난동 피의자 사형 선고,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쏟아 부은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사형 선고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무력 봉기하며 대규모 충돌이 벌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가뜩이나 시민혁명 2주년을 기념하여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칫 정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축구로 인해 이집트가 또 다른 내분 사태에 휘말리게 되는 건 아닌가 우려했습니다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무르시 대통령이 3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군요.

일부 지역엔 야간통행금지령마저 내려진 상황입니다. 그는 이집트의 한 TV에 출연하여 이집트 전역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는군요. 그야 말로 철권통치의 종결자다운 모습입니다.

축구로 인해 불길 번지듯 확산된 이집트의 시위, 축구공에 열광하며 환호하듯 이집트인들에겐 그만큼이나 기대해 마지 않았던 새 정권이었으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굴러가는 무르시 정권의 행태를 보며 국민들이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들을 한꺼번에 분출해내는 듯한 모습입니다.

결국 축구가 국가비상사태로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결과가 되었군요. 과연 시민혁명 2주년과 축구 시너지의 폭발력은 얼마나 될지.. 이집트 국민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시민혁명을 일궈낸 힘과 그 열망은 또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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