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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함이냐 파국이냐, 양날의 검 AI.. 영화 '아틀라스'

새 날 2024. 5. 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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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온 AI는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외형을 쏙 빼닯은 AI 로봇 할런(시무 리우)이 반란을 일으킨다. 무고한 시민 수십만 명이 그의 무차별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대량 학살을 일삼는 AI라니. 그것도 전투형이 아닌 인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생활형 AI에 의한 반란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ICN(지구연합군)이 반란 로봇 소탕 작전에 나선다.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ICN은 공격의 폭을 점차 확대하며 할런을 향해 총구를 정조준한다. 궁지에 몰린 할런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지구 밖으로의 탈출뿐. 그렇게 발길을 외계로 돌리는 할런이다.

 

영화 <아틀라스>는 반란 AI 로봇 제거를 위해 투입된 대원이 또 다른 AI와 함께 외계 행성에서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SF물이다.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춘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세력화한다는 점은 인류에갠 커다란 위협이자 장애물. 영화 <아틀라스>는 이러한 설정 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할런이 우주 공간으로 탈출한 지 어언 28년, 그의 흔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할런이 거느리는 또 다른 AI 로봇 카스카(아브라함 포풀라)가 ICN에 의해 생포된다. 동시에 할런의 은신처에 관한 진술 확보를 위해 대테러 분석가 아틀라스(제니퍼 로페즈)가 투입된다. 할런은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모 행성에 몸을 숨긴 채 지구 공격의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이다.

 

ICN은 곧바로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투입할 최정예 레인저들을 소집한다. 예외로 레인저가 아닌 아틀라스도 이들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녀만큼 할런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결과물이다. 할런 제거라는 전 지구적 소망을 안고 안드로메다 은하계로 향하는 레인저들, 할런이 숨어 있는 외계 행성은 곳곳이 지뢰밭투성이였다. 진입부터 난관인 데다 예측 불허의 대기는 레인저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할런 일당의 공습까지 더해지니 AI와 함께 새로운 기술의 총아로 불리는 첨단 수트도 무용지물이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아틀라스. 험난하기 짝이 없는 이 외계 행성에서 그녀는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은 오롯이 로봇 형태의 수트 몫이다. 물론 이 수트에도 AI가 탑재돼 있다. 탑승자와 AI가 뉴럴링크를 통해 일체화되어야 수트는 비로소 완전체로 탈바꿈, 모든 기능을 활용 가능하게 된다. 아틀라스는 첨단 기능인 이 뉴럴링크를 거부한 채 AI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며 반감을 드러낸다. 일행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더구나 할런이 언제 어디에서 공격해 올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전지대까지 꽤 먼 거리를 홀로 이동해야 하는 아틀라스에겐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정이다.

 

영화는 할런과의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뉴럴링크를 종용하는 AI 스미스와 이를 거부하는 아틀라스 사이애서 벌어지는 지리한 소모전 신을 상당 시간 할애한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아틀라스가 왜 그토록 AI에 심한 알러지 반응을 드러냈으며, 왜 스미스에 까칠하게 대응했는지 절로 수긍하게 된다. 

 

AI의 활약과 기대감이 점증하면서 인류에게 다가올 근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비슷한 류의 영화 제작이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편리함으로 다가오는 AI,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 선결돼야 하는 시점이다. 영화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다는 점에서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유익함을 얻게 해주는 반면, 자칫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SF장르인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로봇이 등장하므로 자연스레 비슷한 류의 영화나 게임의 특정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 <에일리언>과 <터미네이터>를 오마주하는 듯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AI와 그토록 오랜 시간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생사고락을 함께하게 되는 아틀라스. 그녀와는 달리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생명체라고 주장하던 AI 스미스가 인간 아틀라스와 함께 지구 밖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쌓은 조금은 특별한 우정이 왠지 꼬끝을 찡하게 만든다.

 

 

 

감독  브래드 페이튼

 

*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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