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소름끼치게 다가왔던 이유

새 날 2021. 12.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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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오징어게임'에 이어 또 다시 인기몰이에 성공을 거뒀다. 이는 K-콘텐츠의 세계적 현상이 결코 일시적이거나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과물이라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심 반갑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걸까. 도대체 어떠한 요소들이 세계인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고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걸까.

 

죽음.. 비단 인간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절대 숙명에 가까운 명제다. 언젠간 맞닥뜨려야 할 운명이자 현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외면하고 싶은 게 인류의 보편 정서다.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명제는 두려움 및 공포와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드라마 '지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품고 있을 법한 이 근원적인 공포에 관한 이야기다. 

 

드라마 '지옥'의 한 장면 @넷플릭스

 

뿐만 아니다. 전인미답인 까닭에 일찍이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거나 알 수 없었던 죽음 이후의 세계를 선과 악이라는 선명한 윤리 구도로 그려놓은 점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다. 신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심판이라는 의식을 통해 죽음이라는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인간 군상들의 나약한 면모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렇다면 인류 보편 정서에 해당하는 이러한 요소들에 세계인들이 격한 반응을 드러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물 아닐까.

 

 

이렇듯 드라마 '지옥'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와 강렬한 주제 의식을 선보이며,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지옥' 첫 화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덕분이다. 수년 전 잠을 청하다 심각한 수위로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놀랍게도 드라마 '지옥'이 이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느닷없이 천사가 현실 속에 나타나 죽는 날짜를 고지하고, 실제로 해당 날짜가 돌아오면 지옥의 사신들이 등장, 고지 받은 이를 심판하는 드라마 속 끔찍한 장면은 내가 경험했던 꿈 속 그것과 너무도 판박이였다.

 

드라마 '지옥'의 한 장면 @넷플리스

 

당시 나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드라마 속 천사 같은 존재의 고지 한 마디에 온몸이 얼어붙고, 마치 죽음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의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식은 땀을 비오듯 흘렸던 건 덤이다.

 

 

드라마 '지옥'을 보면서 내가 소름끼쳤던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연상호 감독이 해당 장면을 연출하고 드라마라는 콘텐츠로 멋지게 승화시킬 수 있었던 건 내가 몸소 겪었던 것처럼 연 감독 또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요소들을 콘텐츠 속에 잘 녹여낸 덕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까 드라마 '지옥'은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 정서 코드에, 언젠가 한 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초현실적 현상을 극사실적으로 적절히 버무려놓아 세계인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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