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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의 가장 큰 변수 '코로나', 민심의 향배는?

새 날 2020. 4. 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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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선거 풍경마저 크게 바꿔 놓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시끄러운 정당 로고송과 율동으로 대변되던 선거운동은 조용한 방식으로 바뀌었고, 후보들은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을 통한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이번 선거의 표심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코로나와 총선, 민심 어디로?’ 편에서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21대 총선 현장을 밀착 취재, 요동치는 선거 민심의 향배와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차례로 살펴봤다. 



선거운동 방식마저 바꿔놓은 ‘코로나’


이른 아침 지하철역 입구에서 선거운동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고민정 후보. 출근길을 재촉하는 유권자들을 향해 멀찍이 떨어져 고개를 숙인다. 악수는 고사하고 얼굴의 절반 가까이 덮은 마스크 때문에 표정마저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일찌감치 지역개발과 교육·보육시설 확충 등 공약을 내놨지만 전국을 뒤덮은 코로나 이슈에 묻혔다. 그녀는 “코로나 극복 여부가 당선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맞선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 일일이 상점 안에까지 들어가 공약이 담긴 명함을 돌리는 등 정성을 쏟는다.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에게 있어 코로나는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덕분에 유권자들을 만날 때에도 악수보다는 주먹이나 팔꿈치로 대신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안보 무능 등이 코로나라는 먹구름에 가려져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그동안 수많은 선거를 치러왔지만 이번 총선이 선거운동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하소연한다. 


시민들 역시 선거 분위기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당력을 총집결시켜 세를 과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수행원을 최소화하면서 민심을 살피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스킨십은 사라지고 주먹 악수로 대신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다. 거리마다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정당 로고송이나 운동원들의 율동은 잔잔한 음악으로 바뀌거나 소리를 최대한 낮춘다.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는 “이러한 분위기가 후보자에 대한 이력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깜깜이’ 선거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특히 정치 신인들에게는 최악의 선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음식을 배달하는 한 남성. 평범한 배달원 같아 보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서울 강동을에 출마한 권중도 정의당 후보다.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진 소상공인과 배달 노동자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체험하면서 정책을 만들거나 유튜브로 홍보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배달을 통한 대면 접촉 역시 여의치 않은 실정. SNS 홍보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거리로 직접 나가 홍보판을 들고 지지를 호소해보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다.


권중도 후보는 “신인의 입장에서는 얼굴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스킨십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사실상 오프라인에서는 그런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 신인들에게는 온라인에서조차 세간의 이목을 끌기란 쉽지 않다. 기존 정치인들의 풍부한 자금력과 선거 경험을 신인들이 뛰어넘기란 녹록지 않은 까닭이다.



21대 총선의 가장 큰 변수 ‘코로나’


21대 총선에서 코로나사태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코로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신천지 사태와 마스크 대란이 있던 지난 2월 마지막 주,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에 비해 10%포인트 많았다. 그러나 확진자가 줄어드는 등 코로나 사태가 점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3월 하순부터는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태 초기 정부 여당에 악재였던 코로나가 진정되고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진 데 힘입은 덕분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지난 2월에는 여당이 야당에 역전되었다가 지난달 다시 여당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과 달리 국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데다 야당의 공천 파문 등도 여당에 호재로 작용한 덕분이다. 김홍국 교수는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관리될 경우 여권에 코로나사태는 상당한 안전판 내지 방어막이 되어줄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통상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정권 견제 심리가 작동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 이슈가 워낙 커서 정권 심판론이 희석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여론조사 추세로만 보면 정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 지지율이 갑자기 반전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 전망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보수층들이 대체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향성이 있다. ‘샤이보수’와 ‘샤이중도’가 좀 된다. 정권 견제 심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샤이’ 응답층의 변수를 꼽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고, 19대 총선에서는 박빙이라는 예측과 달리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그는 “부동층 내지 중도층의 표심이 무시할 변수가 아니”라며 “수도권, 충청권, 부산, 경남 등 상당 지역이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에서는 1~2%포인트가 당락의 결정적인 변수”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선거처럼 진영 대결로 치우칠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동층의 표심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상희 시사평론가는 “야당과 여당을 지지하는 층은 무너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면서 “조국 사태 이후 무당층이 30%가량 증가했다. 중도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민심의 향배는?


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한 득표전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여당은 선거 슬로건을 ‘야당 심판론’에서 ‘코로나 극복’으로 바꿔 판세 굳히기에 나섰다. 야당은 일찌감치 슬로건으로 내건 정권 심판론이 코로나로 인해 동력을 잃게 되자 김종인을 영입한 데 이어 ‘조국 이슈’를 꺼내들며 중도 표심 공략에 나섰다. 


점차 진정되는 추세이긴 하나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가량은 코로나 감염을 염려하는 상황이다.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절반에 육박한다. 이란은 2월 총선 후 확진자가 급증했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해외 각국은 일찌감치 선거를 연기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치러지는 21대 총선.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72.2%에 달한다.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김홍국 교수는 “평상시 투표율을 보일 것이다. 여야가 모두 치열하게 대결을 벌인다. 지지층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예측했고, 이종훈 평론가 역시 “지난 대선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난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조진만 교수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사회적 격리 등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잔잔할 것 같지만 굉장히 유동적으로 움직인다”며 “결국 총선 결과는 키를 쥔 부동층이 얼마나 투표에 나서며 어떠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꼼수 비례정당을 등장시키는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정치 상황과 잇단 막말로 국민들을 피로감에 빠뜨리게 하고 공작 등 또 다시 네거티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치 퇴행 등도 코로나 외에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상황. 여당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유권자들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며,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 이미지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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