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귀엽고 앙증맞은 소동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

새 날 2019. 12. 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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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사는 패트와 매트는 손재주가 워낙 뛰어나 무엇이든 뚝딱하고 만들거나 고친다. 흙손이나 똥손으로 태어난 이들에겐 둘의 재능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닐 듯싶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없이 엮어내는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어이없거나 황당함 일색이다. 웃지 않고선 못 배긴다. 모르긴 몰라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잣대 삼아 이들의 행위를 저울질할 경우 비생산적인 결과물이라는 이유로 불량품 취급을 당할 게 틀림없다. 


‘패트와 매트’가 다시 돌아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명사격인 체코의 TV 시리즈 ‘패트와 매트’는 1976년부터 만들어져 체코인들의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아 왔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어 무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작품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을 연속으로 촬영하지 않고 각각의 움직임에 대해 매 프레임마다 일일이 변화를 가해 촬영, 이 이미지들로 연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각각의 프레임에 담긴 정성은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에 의해 탄생하는 명품의 속성을 빼닮았다.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대략 20년 전쯤일 듯싶다. ‘패트와 매트’ 시리즈를 비디오테이프로 구입하여 첫째 아이와 반복해서 시청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정말로 신기했던 건 그렇게 말썽을 부리던 아이도 이 영상만 틀어놓으면 감쪽같이 조용해지곤 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중독성이 강한 작품이다. 당시 감독은 루보미르 베네슈였으며, 1995년에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마렉 베네슈가 메가폰을 잡고 있다.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는 ‘눈사람이 된 매트‘ 등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시간적 배경으로 일상 공간에서 두 사람이 펼치는 다양한 소동을 그렸다. 이들의 소동은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밤새 내린 눈을 치우다 눈사람이 되어버린 친구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전구 등 갖가지 전기시설을 끌어와 집 외장을 장식하고, 그 어떤 강풍이 불어 닥쳐도 끄떡없는 이글루를 만들고, 쿠키로 장난감 집을 만들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 위해 정원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해맞이를 하는 등. 



두 사람은 여느 때처럼 특정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즉각 해결하려 하나 그 과정은 어이없는 작업의 연속이다. 결국 그들의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 덕분에 어떻게든 사건이 해결되긴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언제나 포복절도할 수준일 때가 많다. 


이쯤 되면 그들의 뛰어난 손재주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는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고 엉뚱한 발상으로 문제를 감쪽같이 해결해내는 두 사람의 통통 튀는 사건 해결 과정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더불어 약간의 감동도 맛볼 수 있다.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구겨진 선물 포장지를 다리거나 이를 나누어 갖고, 이도 여의치 않자 결국 액자속 그림을 모두 떼어낸 뒤 이를 포장지로 활용하는 두 사람. 우여곡절 끝에 교환한 선물상자 안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 물건이 들어있고, 이를 착용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앨범에 간직하여 남다른 우정을 과시하는 ‘크리스마스선물 준비 대작전’은 여러 에피소드들 가운데 특별히 더 애착이 간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패트와 매트’ 시리즈. 이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기 짝이 없는 둘의 변함없는 재치 만점 에피소드와 함께 이제는 훌쩍 커버려 더 이상 아이라는 표현이 걸맞지 않게 변모한 첫째에 얽힌 추억을 동시에 소환하는 마법을 부린다. 어린 아이에게는 즐겁고 유쾌한 동심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는, 모든 연령층에게 유익한 작품이다.



감독  마렉 베네슈   


* 이미지 출처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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